한달새 지지율 역전…"같잖다""미친 사람들" 거칠어진 尹 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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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당원들에게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당원들에게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내년 3·9 대선을 100일 앞두고 지난달 29일 즈음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7~29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지난주에 비해 각각 4%포인트 상승하고 1%포인트 하락해 39%와 28%를 기록했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뒤 같은 날 공표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지난달(11월 23~24일)보다 각각 3.1%포인트 오르고 4.2%포인트 떨어져 42.9%와 37.8%로 나타났다.

12월 29~30일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2월 29~30일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날 공개된 여론조사까지 포함하면 면접 조사든 ARS 조사든 오차범위를 넘어서거나 가까스로 오차범위를 넘지 못한 수준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이틀 동안 쏟아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D-100일 조사와 비교했을 대 D-69일(30일 기준) 현재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역전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만 놓고 보면 윤 후보가 불리한 추세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과거 대선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징크스와 연결된다.

① D-100일 이후 역전당했다가 재역전? 제2의 노무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이후 치러진 7차례의 대선에서 D-100일 때 지고 있던 후보가 역전해 승리한 경우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투표를 24일 앞두고 성사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계기로 전세를 역전시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긴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현재 기세를 이어가면 2002년 대선 흐름이 재현된다. 반대로 윤석열 후보가 다시 역전하면 재역전 뒤 승리하는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 큰 의미를 둘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일방적 선거였던 2007년과 2017년 대선을 빼고 나면 실제 사례가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D-100일을 기준으로 삼는 게 과학적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징크스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원래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지율은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고정 지지층이 탄탄한 후보는 아니다”라며 “그래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했다.

2002년 11월 22일 대선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통합21 후보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2년 11월 22일 대선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통합21 후보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② 50대 ③ 자영업자 이기면 승리? 이번엔 다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선 자영업자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후보가 늘 당선됐다. 경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영업자 계층이 민심 흐름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자영업자 계층에서 이 후보가 선전하는 모양새다. 지난 26~27일 실시된 엠브레인퍼블릭-문화일보 조사에서 이 후보는 41.8%, 윤 후보는 33.3%로 나왔고, 지난 27~28일 진행된 KSOI-헤럴드경제 조사에선 이 후보 49.8%, 윤 후보 40.2%였다.

연령별로 봤을 때 50대는 최근 선거 때마다 승부를 가르는 핵심 연령층으로 통한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50대에서 이기고도 패한 이후 실시된 세 차례 대선에선 50대에서 승리한 후보가 모두 이겼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엠브레인퍼블릭-문화일보 조사에서 46.8%와 32.1%, KSOI-헤럴드경제 조사에서  49.7%와 39.6%였다.

김미현 소장은 “50대는 캐스팅보트를 쥔 연령대”라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50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여론조사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내에선 “내년 초 여론조사에서도 밀리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난 26일 ‘허위 이력’ 논란에 휩싸인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로 인한 당 내홍도 어느 정도 잦아들고 있는 만큼 전열을 정비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때마침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기록 조회를 “야당 사찰”로 규정하며 여권을 향한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지난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대구·경북을 방문하고 있는 윤 후보가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최근 여론 흐름을 의식한 ‘전략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토론을 제안하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정말 같잖다”(29일)거나, 공수처를 향해 “저와 제 처, 제 처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냐”(30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현재 흐름이 좋지 않다는 문제 의식은 다들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의 반등 계기가 없는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부터 다시 잡고 중도층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또 다시 실언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선 나오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경기장의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던 윤 후보는 30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보수·노년층 지지율 낙폭이 크다’는 질문에 “(후보가) 정치 컨설턴트도 아니고, 국민 바라보고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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