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러 갈래? 영월의 반짝이는 겨울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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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3일 영월 별마로천문대에서 올려다본 하늘. 달이 밝고 날이 흐려 별 보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는데도 시리우스를 비롯한 겨울 별이 또렷이 보였다.

23일 영월 별마로천문대에서 올려다본 하늘. 달이 밝고 날이 흐려 별 보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는데도 시리우스를 비롯한 겨울 별이 또렷이 보였다.

“찬바람이 불면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강원도 영월은 가수 적재의 노래 ‘별 보러 가자’와 꼭 어울리는 동네다. 단종과 관련한 유적지나 동강 전망을 구경하는 것만이 영월 여행의 전부가 아니다. 요즘 영월을 찾는 여행자는 이색 박물관을 둘러보고 지역 식재료로 만든 빵을 찾아 먹는다. 이달 23일 재개장한 천문대도 빼놓을 수 없다. 맑은 하늘에 총총 박힌 별을 보며, 새해 소원을 빌기에 이만한 곳도 없을 테다.

박물관의 고장

MZ세대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젊은달와이파크.

MZ세대 사이에서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젊은달와이파크.

영월은 박물관 천국이다. 강원도 산골에 박물관이 22개(미술관 포함)나 된다. 2019년 6월 개장하자마자 그해 ‘한국 관광의 별’을 거머쥔 복합예술 공간 ‘젊은달 와이파크’가 단연 인기다. 주천면 와이파크 자리에는 술샘박물관이 있었다. 지역 이름에서 착안한 술 박물관이었는데 찾는 이가 없어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강릉 하슬라아트월드를 운영하는 최옥영·박신정씨 부부가 썰렁했던 박물관을 되살렸다. 건물 골격을 그대로 두고, 벽돌 하나 합판 한장까지 재활용해 이채로운 공간으로 꾸몄다. 박물관 입구, 쇠파이프를 색칠해 엮은 ‘붉은 대나무’는 SNS를 도배한 사진 명소다. 박물관 부지가 2만6000㎡(8000평)에 이른다. 11개 전시관에서 개성 있는 작품을 관람하고 초콜릿, 커피 만들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영월관광센터에서 관람한 ‘꿈의 정원’ 몰입형 3D 영상.

영월관광센터에서 관람한 ‘꿈의 정원’ 몰입형 3D 영상.

올해 10월에는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 인근에 ‘영월관광센터’가 개관했다. 영월·태백·정선·삼척 탄광 지역을 홍보하는 시설인데 2층 미디어 전시관이 핵심이다. 메인 영상 존에서 20분짜리 입체영상을 볼 수 있다. ‘마음을 비추는 얼굴’ 영상이 특히 볼 만했다. 영월 창령사터에서 발견된 ‘오백나한상(국립춘천박물관 소장)’의 질박한 표정이 생생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센터에는 영월 최초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그만큼 영월에서 보기 드문 최신식 건물이다.

20주년 맞은 천문대

별마로천문대는 하루 다섯 차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천체관측실에서 별을 보는 사람들.

별마로천문대는 하루 다섯 차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천체관측실에서 별을 보는 사람들.

2001년 영월읍 봉래산 꼭대기(800m)에 들어선 ‘별마로천문대’는 지자체 1호 천문대다. 20주년을 맞아 3개월간의 정비를 마치고 재개관한 23일 천문대를 방문했다. 영월읍 내에서 10㎞, 차를 몰고 약 20분간 산길을 올랐다. 경사가 심하고 좁은 지그재그 길이어서 바짝 긴장했다. 천문대에 도착하니 관람객이 제법 많았다. 대부분 젊은 커플이었다. 새롭게 꾸민 미디어 존부터 둘러봤다. 10억원을 들여 ‘실감형 콘텐트’를 강화했단다. 종이 별이 쏟아지는 ‘도로시의 별’, 대형 프로젝트로 우주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카오스의 틈’ 같은 공간이 이채로웠다.  별마로천문대 백두환 팀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예약률은 떨어지지 않았다”며 “올해 약 2만6000명이 천문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먼저 지하 천체투영실에서 돔형 천장을 올려다보며 겨울 별자리 설명을 들었다. 천문대 옥상, 천체관측실로 이동했다. 천장 돔이 열리는 순간, 탄식이 쏟아졌다. 날이 흐려서 하늘이 뿌옜다. 다행히 구름이 조금씩 걷혔다. “우와, 보인다.” “이게 시리우스인가?” 참가자들은 천체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프로그램 끝난 뒤 천문대 옆 활공장에서 별을 더 구경했다. 좀생이 성단, 오리온자리, 쌍둥이자리 등이 보였다. 별 볼 일 있는 영월의 밤이었다.

메밀전병과 한반도빵

영월 중앙시장에서 맛본 메밀전병과 메밀배추전.

영월 중앙시장에서 맛본 메밀전병과 메밀배추전.

산간벽지의 엄동설한이라면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의외의 제철 음식이 있었다. 바로 메밀전병과 메밀배추전. 시장 상인들은 “지금이 배추가 제일 맛있을 때”라며 “봄, 여름 배추는 맛이 밍밍한 물 배추”라고 입을 모았다. 햇메밀이 늦가을에 나오니 메밀도 지금이 제일 향긋하다.

전병은 역시 시장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영월 서부시장에 26개, 중앙시장에 13개 점포가 메밀전병을 전문으로 한다. 맛은 가게마다 다르지만 부치는 방법은 비슷하다. 둥글넓적한 번철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메밀 반죽을 얇게 부친 뒤 당면과 김치를 볶은 소를 한 움큼 넣고 돌돌 만다. 김 폴폴 나는 전병은 조금 매웠다. 심심한 배추전을 번갈아 먹으니 균형이 잘 맞았다. 가격은 전병, 전 각각 1500원.

베이커리 ‘이달엔 영월’에서 파는 이색 빵 모둠.

베이커리 ‘이달엔 영월’에서 파는 이색 빵 모둠.

메밀전만으로 아쉽다면 지역 식재료로 만든 이색 빵은 어떤가. 베이커리 ‘곤드레붕생이’는 발효 빵 전문점이다. 36년 경력을 자랑하는 이호상 사장(52)이 약 30종의 빵을 만든다. 버터와 유화제를 안 넣어서 모양은 투박해도 담백하고 소화가 잘된다. 흑미로 만든 석탄빵, 곤드레와 옥수수를 넣은 카스텔라가 대표 빵이다. 4·9일마다 오일장이 서는 덕포리에 자리한 빵집 ‘이달엔 영월’은 장날에만 연다.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에서 착안한 ‘한반도빵’이 인기다. 메밀을 토핑으로 얹는다. 빵집 안쪽에는 폐가를 활용해 카페도 있다.

여행정보

젊은달 와이파크 어른 입장료는 1만5000원, 영월관광센터는 1만원이다. 관광센터 입장권을 사면 센터 안에서 쓸 수 있는 3000원짜리 쿠폰을 준다. 별마로천문대는 예약제로 운영한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별자리 설명, 천체 관측 프로그램 이용료는 어른 7000원이다. 프로그램을 예약하지 않아도 미디어 존은 무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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