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변보호’ 이름 바꾼다…신임 경찰 교육은 6개월로 확대

중앙일보

입력 2021.12.30 18:17

경찰이 신변보호 명칭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바꾸고, 위험도별로 등급을 나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뉴스1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 논란과 서울 중구 신변보호 여성 사망사건을 계기로 ‘현장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온 경찰청은 30일 논의 결과를 토대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 현장대응의 패러다임을 ‘사건해결’에서 ‘적극적 국민보호’로 전환하고 현장 출동과 수사 활동을 재정비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신변보호=24시간 밀착경호 아니야”

종합대책의 최우선 사항은 피해자 보호 체계 고도화다. 기존 신변보호 시스템의 이름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하고 위험도를 보통·높음·매우높음의 3단계로 구분해 등급별 조치를 취한다.
보통 단계에서는 112시스템에 등록하고 맞춤 순찰이 제공되며, 높음 단계에서는 스마트워치를 추가로 지급, 매우높음 단계에서는 10일 이상 안전숙소를 제공하고 거주지 이전 등을 지원한다.

TF를 주관한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경찰이 24시간 밀착경호를 해주는구나 오해하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하려면 현재 경찰 인력과 예산으론 한계가 있다”며 “범죄피해자도 본인이 지켜야 할 수칙을 지키면서, 경찰은 여러 보호조치 수단을 강구한다는 차원에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층간소음 포함 반복신고는 3중 점검

특히 스토킹이나 연인, 가족 등 가까운 관계의 ‘관계성 폭력’은 신속·집중수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초기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 접근차단과 피해자 보호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반복신고 사건은 소관 팀장과 관할서장, 시·도경찰청이 3중으로 점검하도록 했다. 층간소음도 반복신고로 잡아 대응하도록 했다.

올해 시범 운영했던 ‘스마트워치 위치확인시스템’은 내년부터 전국 경찰서에 도입된다. 이를 위해 위치파악용 스마트워치를 현재 3700대에서 1만대로 확충할 계획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를 1만대 보급해서 그게 다 울리면 어떻게 하나. 피해자 보호가 경찰의 주요 임무긴 하지만 보급하더라도 관리를 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지난달 29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9/뉴스1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지난달 29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9/뉴스1

57억 확보해 테이저건 1인 2발 실사  

다음으로 경찰관 교육 훈련도 개선한다. 신임 경찰을 대상으로 한 중앙경찰학교 교내 교육과정은 4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체포술 등 현장대응훈련(312시간→572시간)과 경찰정신교육(69→89시간)도 강화한다. 현장경찰을 대상으로는 테이저건 1인 2발 실사훈련을 정례화하고, 추가로 원하는 시간에 사격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한다. 경찰청은 현장 경찰관 7만명이 1년에 2번 실사할 수 있는 내년도 예산 57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전에 사용되는 물리력 장구도 확충할 계획이다. 미국산 테이저건을 대체할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내년 상반기 100대가 시범운영에 돌입한다. 이와 함께 기존 38권총의 9분의 1 정도 살상력을 지닌 저위험 대체총기도 안전성 검사결과보고서가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시범운용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청은 경찰관의 적극적인 법 집행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경찰관이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범죄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때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난 7일 오전 충북경찰청에서 신임 경찰관이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충북경찰청에서 신임 경찰관이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기류 사용 건수 한 달간 2배 늘어 

경찰청에 따르면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과감한 법 집행’을 당부한 이후 총기류 사용 건수가 월평균 35.2건에서 68.9건으로 증가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적극적 법 집행이 아닌 ‘적절한 물리력’을 써야 하는데 자칫 공격적 법 집행으로 이어져 국민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상시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콘텐트가 부족하고 엄정한 교육 훈련 평가제도가 빠져있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그동안 9차례에 걸친 TF 회의 외에도 7000여명이 참여한 현장직원 토론회, 청년경찰정책단(38명) 토론회, 현장경찰자문단(42명) 의견을 들어 이번 종합대책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뿐만 아니라 학계나 법조계 등 외부의 시각도 골고루 들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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