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의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가 허용될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학생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현행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를 현행 '25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바꾸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여야가 개정에 합의했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개정안은 시행 시점을 '공포 후 즉시'로 정했다. 내년 초 공포가 이뤄지면 다가오는 20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18세 청소년이 출마할 수 있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수 있다.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는 그동안 청소년 단체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요구된 의제다. 2019년 선거권을 갖는 나이를 19세에서 18세로 낮췄지만, 피선거권 제한은 그대로 둬 불일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청소년 참정권 제한은 해소될 전망이다.
"고3이 출마·당선되면 공결 처리하나" 고민하는 학교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피선거권 하향이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공무원법 등 학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현행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고교 관계자는 "고3 학생이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공결 처리해줘야 하냐"며 "당선되면 자퇴해야 하는지, 출석 인정해줘야 할지도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계와 별다른 협의도 없이 피선거권 나이만 내리고, 뒤처리는 하지 않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18세 청소년, 출마·투표는 해도 정당 가입은 못해
청소년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다른 법률과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복지본부장은 "현재는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18세 청소년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며 "정당에도 가입할 수 없는 청소년이 선거에 출마해 당선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소년 참정권과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2019년 선거권 연령 하향 결정 후에도 불거졌다. 당시 일부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학교 내에서 모의 선거 등 정치 관련 활동을 추진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면서 무산됐다. 피선거권 확대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성인 기준 하향으로 이어질까..."음주·흡연도 허용?"
일각에서는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 민법상 성인의 기준을 낮추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28일 개정안을 통과 후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민법을 피선거권 연령 하향과 맞추는 문제를 비롯해 군 복무 의무나 학교 재학 문제 등 국방부나 교육부와 같은 유관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만 19세인 성인의 기준을 18세로 낮추는 조치를 검토한다는 취지다.
성인의 기준을 18세로 낮추면 현재 고3 학생도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피선거권 하향은 사실상 민법상 성인의 기준을 낮추는 걸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고3 학생이 성인이 되면 음주·흡연 등은 물론이고 학교 생활지도 제약이 생겨 학교 현장에선 혼란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