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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국회의원?…'18세 피선거권'에 교육계 "교내 정치활동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12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12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뉴스1

내년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의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가 허용될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학생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크게 제한하는 현행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나이를 현행 '25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바꾸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여야가 개정에 합의했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개정안은 시행 시점을 '공포 후 즉시'로 정했다. 내년 초 공포가 이뤄지면 다가오는 20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18세 청소년이 출마할 수 있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할 수 있다.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는 그동안 청소년 단체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요구된 의제다. 2019년 선거권을 갖는 나이를 19세에서 18세로 낮췄지만, 피선거권 제한은 그대로 둬 불일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청소년 참정권 제한은 해소될 전망이다.

"고3이 출마·당선되면 공결 처리하나" 고민하는 학교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을 기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뉴스1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연령을 기존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뉴스1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피선거권 하향이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교육공무원법 등 학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현행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도 함께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한 고교 관계자는 "고3 학생이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공결 처리해줘야 하냐"며 "당선되면 자퇴해야 하는지, 출석 인정해줘야 할지도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계와 별다른 협의도 없이 피선거권 나이만 내리고, 뒤처리는 하지 않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18세 청소년, 출마·투표는 해도 정당 가입은 못해

지난 7월 20일 오후 부산광역시교육청 중앙현관에서 한 청소년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20일 오후 부산광역시교육청 중앙현관에서 한 청소년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청소년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다른 법률과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복지본부장은 "현재는 교육 현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18세 청소년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며 "정당에도 가입할 수 없는 청소년이 선거에 출마해 당선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소년 참정권과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2019년 선거권 연령 하향 결정 후에도 불거졌다. 당시 일부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학교 내에서 모의 선거 등 정치 관련 활동을 추진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학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면서 무산됐다. 피선거권 확대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성인 기준 하향으로 이어질까..."음주·흡연도 허용?"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특권 폐지 3법 등 정치개혁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15세 청소년 김민솔 양이 피선거권 연령 16세로 하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특권 폐지 3법 등 정치개혁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15세 청소년 김민솔 양이 피선거권 연령 16세로 하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피선거권 연령 하향이 민법상 성인의 기준을 낮추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28일 개정안을 통과 후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민법을 피선거권 연령 하향과 맞추는 문제를 비롯해 군 복무 의무나 학교 재학 문제 등 국방부나 교육부와 같은 유관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만 19세인 성인의 기준을 18세로 낮추는 조치를 검토한다는 취지다.

성인의 기준을 18세로 낮추면 현재 고3 학생도 법적으로 성인이 된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피선거권 하향은 사실상 민법상 성인의 기준을 낮추는 걸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고3 학생이 성인이 되면 음주·흡연 등은 물론이고 학교 생활지도 제약이 생겨 학교 현장에선 혼란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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