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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에 전쟁난줄"…5층 건물 뚫고 튀어나와 車13대 덮친 택시[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대 택시 운전자 현장서 사망 

30일 낮 12시 32분 부산 연제구 홈플러스 연산점 앞 6차선 도로. 갑자기 ‘쿵’ 하는 굉음과 함께 홈플러스 지상 5층 주차장 벽이 뚫리면서 택시 차량 한 대가 20m 아래로 추락했다. 택시는 홈플러스 쪽 도로 위로 1차 충격한 뒤 한 바퀴를 구르면서 뒤집힌 채 중앙선을 넘어섰다. 중앙선 넘어 도로 3차선에는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이 빼곡히 서 있었다.

사고 당시 택시는 도로 위에 1차 충격하면서 탄성이 붙어 신호 대기 중이던 그랜저와 견인 차량 위에 실려 있던 아반떼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곧바로 옆에 있던 모닝 차량 위로 택시가 올라갔고, 속도가 줄면서 도로 한쪽에 멈춰섰다. 택시 차량의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13대의 차량이 크고 작은 파손을 입었다.

택시 차량 운전자인 A씨(71)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부상자는 모닝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을 비롯해 총 7명에 달했다.

사고가 한낮에 발생한 데다가 차량 이동이 많은 6차선 교차로에서 발생해 사고 장면이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블랙박스 영상 차량 탑승자들의 놀란 음성도 영상에 담겼다. 이 차량의 운전자가 블랙박스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사고 영상이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부상자 7명·차량 파손 13대

30일 낮 12시 32분 부산 연제구 홈플러스 앞 6차선 도로 위로 홈플러스 연산점 지상 5층 주차장 벽을 뚫고 나온 택시 차량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택시 차량 운전자 A씨(71)는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 부산경찰청

30일 낮 12시 32분 부산 연제구 홈플러스 앞 6차선 도로 위로 홈플러스 연산점 지상 5층 주차장 벽을 뚫고 나온 택시 차량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택시 차량 운전자 A씨(71)는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 부산경찰청

사고 현장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는 이성국(39)씨는 “쿵 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바람이 많이 불어 홈플러스 구조물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모닝 차량 위에 택시가 뒤집어진 채 추락해 있어 119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한 지 5분 뒤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도착했고, 떨어진 택시에서 연기가 많이 났다”며 “떨어진 도로 쪽에 있던 다이소 가게 직원이 소화기를 들고나와 택시 연기를 끄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택시 차량 앞부분이 완전히 파손돼 자세히 보지 않으면 택시인지 모를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고 했다. 현장을 지나가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50대 남성은 “택시가 홈플러스 주차장 벽을 뚫으면서 떨어져 나온 철제 구조물과 블록 등이 20m 바닥 아래로 떨어지면서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시민들이 도우려고 했지만, 연기가 자욱해 도울 여력이 안 됐다. 엄청난 굉음 때문에 보행자들도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사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 “주차장 내려올 때 가속”

택시 차량이 뚫고 지나간 홈플러스 주차장 외벽 모습. 외벽은 15cm 가량의 구멍 뚫린 블럭과 15cm 가량의 스티로폼 패널로 돼 있다. 사진 부산연제경찰서

택시 차량이 뚫고 지나간 홈플러스 주차장 외벽 모습. 외벽은 15cm 가량의 구멍 뚫린 블럭과 15cm 가량의 스티로폼 패널로 돼 있다. 사진 부산연제경찰서

경찰은 택시 운전자 A씨의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홈플러스 주차장 5층에서 4층으로 내려오는 길이 거의 90도로 꺾인다”며 “홈플러스 폐쇄회로TV(CCTV) 장면을 보면 택시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내려오는 게 보인다. 가속 때문에 차량 회전력이 커졌고,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주차장 벽을 뚫고 밖으로 튕겨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홈플러스 주차장 외벽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내부에 구멍이 뚫려 있는 블럭이어서 택시 차량이 벽을 뚫고 나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블럭 두께는 15㎝가량이며, 외장재인 스티로폼 패널까지 합치면 30㎝가량 된다. 홈플러스 연산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택시 기사 박모(71)씨는 “사고 난 지점은 속도를 낼 자리가 아닌데 왜 그렇게 속도를 냈는지 모르겠다”며 “튼튼한 철근 콘크리트로 건축했으면 택시가 뚫고 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택시 운전 경력 30년 이상의 베테랑 운전자로 파악됐다. 급발진 등 차량 결함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제서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차량 결함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택시가 어떻게 벽돌을 뚫고 나갈 수 있었는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택시 차량이 홈플러스 주차장 벽을 뚫고 나간 현장 바로 아래층인 4층 모습. 동그라미 친 부분이 택시가 뚫고 나간 지점이다. 사진 황선윤 기자

택시 차량이 홈플러스 주차장 벽을 뚫고 나간 현장 바로 아래층인 4층 모습. 동그라미 친 부분이 택시가 뚫고 나간 지점이다. 사진 황선윤 기자

이번 사고가 발생한 홈플러스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영업은 평소대로 하되 내일 건물 안전진단 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지면 영업 중단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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