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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朴서간 속 "거짓이 잠시 속일순 있어도…" 누구 겨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감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와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 30일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중앙포토

수감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지자와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가 30일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이 탄핵당한 것에 대해 “거짓은 잠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세상을 속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1심 재판 후 부당함을 주장하는 지지자의 편지에 대해선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장했다. 30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박 전 대통령의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는 탄핵의 부당함을 언급하는 대목이 많았다.

'세월호 7시간' 논란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며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증오의 대상인 윤석열이 조국의 처를 기소하다니 무슨 뜻인지”를 묻는 지지자의 편지에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거짓말이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와 주고 받은 옥중서신을 모은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제1장 2017년 - 하늘이 무너지던 해, 제2장 2018년 - 끝없는 기다림, 제3장 2019년 - 희망을 보았다, 제4장 2020년 - 그리고, 아직의 네 챕터로 구성돼있다. 다음은 미리보는 서간집의 주요 내용.

탄핵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된지 사흘째인 2017년 3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에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된지 사흘째인 2017년 3월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에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거짓은 잠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세상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그 모습을 반드시 드러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19p)

“‘정의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정도를 걷지 않는 자는 결국 하늘이 망하게 하십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씀처럼 묵묵히 견디고 참아내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71p)

“제가 수많은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일주일에 4번씩 감행하는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참아낸 것은 사법부가 진실의 편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기대와는 달리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재판부가 진행하는 재판에 참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구차하다고 생각해서 변호인들에게 저의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진실은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35p)

세월호 관련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 날의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다시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습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163p)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2019년 7월 25일 당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년 7월 25일 당시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증오의 대상 윤석열이 조국을 치는 이유가 뭔지 혼란스럽다' 관련해) “조국 장관의 청문회에 관련된 이야기는 많은 국민들이 관련 소식을 보내주셔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하고, 특히 남에 대한 말을 할 때엔 한 번 더 생각하고 생각해서 그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하지 말라’고 가르쳐 왔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합니다.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에 대해서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님의 말씀처럼 터널이 끝나는 출구가 있을 것입니다. 따뜻한 위로의 말씀에 감사를 드립니다.” (199p)

각종 소문 관련

(주진우-김제동 대담 ‘섹스테이프’ 언급 관련해) “두 사람의 대담내용을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고 저질스러운 내용으로 저를 조롱하고 모욕하였지만, 사실이 아니기에 무시했습니다. 그들이 말한 것들이 이미 거짓으로 밝혀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추악한 행태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91p)

(몸무게 30㎏대로 빠졌다는 소식과 관련해) “이곳 구치소로는 외부음식의 반입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몸무게가 30㎏로 빠졌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로 몸무게가 빠진 사실은 없습니다. 아마 누군가가 잘못 알고 과장한 소식을 들으신 것 같아요.” (276p)

통치 항변

경남 거제 저도의 해군 휴양소를 찾은 2013년의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썼다. 중앙포토

경남 거제 저도의 해군 휴양소를 찾은 2013년의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썼다. 중앙포토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눈에 띄는 거대한 건축물이나 화려한 랜드마크 등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국민들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마련하여 집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48p)

임기 후 현안 관련  

“거짓말은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전해 듣고 안타까웠습니다.”(66p)

“저도 이곳에서 우리 공무원 한 분이 북한 해역에서 사살된 후 시신이 불태워진채 버려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중략)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이번 북한의 만행은 용서받지 못할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생각을 합니다. 훗날 이번 만행에 개입한 북한 인사들은 반드시 이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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