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년 만에 매출 50배…'부릉'은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Editor's Note

거리에서 초록색 '부릉' 배달 박스를 보신 적 있나요? 음식점과 배송지를 오가던 오토바이가 물류센터를 드나드는 냉동트럭이 되기까지, 창업 후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13년 창업한 '메쉬코리아' 얘기입니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풀필먼트(Fulfillment, 주문한 상품이 물류 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 완료되기까지, 판매자 대신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까지 다루는 종합물류기업이 됐습니다. 매출은 2020년 2,565억원으로, 2016년 대비 약 50배가 됐고요.

메쉬코리아가 물류 시장에서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탁정욱 전략총괄(CSO)에게 물어봤습니다. 탁 CSO는 IBM·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에서 30년간 일해온 기획·전략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클라우드의 진화”의 6화 중 일부입니다.  

부릉 로고 앞에 선 탁정욱 메쉬코리아 전략총괄(CSO). ⓒ최지훈

부릉 로고 앞에 선 탁정욱 메쉬코리아 전략총괄(CSO). ⓒ최지훈

아마존의 변화처럼, 물류 확장하는 '부릉'

Q. 메쉬코리아는 2013년 배달대행기업으로 시작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나요?
사업 초기 배달대행업체는 자기 분야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B2C 성격이 강하고 외부 노출 빈도도 높죠. 반면 B2B 회사는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다소 제한적이에요.

메쉬코리아는 처음부터 B2B 고객 비중이 높았습니다. 지금도 전체 고객의 약 70% 정도가 B2B 고객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B2B2C' 고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기업들을 저희가 지원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맥도날드와 버거킹, SPC 등 국내·외 대형 프랜차이즈가 메쉬코리아의 화주사, 즉 고객입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고객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높아요. 그래서 일찍이 인프라와 운영 측면에서 퀄리티를 개선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IT입니다. 아마존이 커머셜에서 시스템 비즈니스로 넘어온 것처럼, 메쉬코리아도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요. 이 부분이 B2B 고객에게 어필한 것 같습니다.

뉴욕·강남 한복판에 물류센터가 나온다, 왜?

Q. 최근 몇 년간 업계에선 '라스트마일(Last-mile)'이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물류 업계 종사자로서 볼 때 여전히 그런가요?
라스트마일은 IT 쪽 네트워크 설계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서 케이블을 깔아도, 마지막 단계인 가정이나 회사로 네트워크를 어떻게 잘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죠. 업계에서 라스트마일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입니다. 연장선으로 O4O(Online for Offline)*나 옴니채널 같은 키워드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O4O :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의 약자.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상품 조달, 큐레이션 등에 적용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요즘엔 도심형물류센터(Micro Fulfillment Centers, 이하 MFC)가 많이 언급됩니다. 물류센터가 고객에게 더 가까이 가는 거예요. 요즘 교외로 드라이브를 하면 동탄 신도시나 김포공항 인근에 물류센터가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을 둘러싸고 수천, 수만 평 규모의 물류단지가 조성되는 거죠.

부릉(VROONG) 강남 MFC 모습. ⓒ메쉬코리아

부릉(VROONG) 강남 MFC 모습. ⓒ메쉬코리아

하지만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결국 경쟁우위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주요 배송지와의 거리를 최대한 줄이자는 생각에서 나온 콘셉트가 MFC입니다. 뉴욕에서 100~200평짜리 지하 공간을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해 쓰는 것에서 시작됐죠.

메쉬코리아는 업계 최초로 강남과 송파에 MFC를 마련했어요. 강남의 후속센터도 오픈을 준비 중이죠. 비싼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고객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려는 겁니다.

한국에서 대형 마트가 문을 닫고 편의점이 늘고 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으로 볼 수 있어요. 편의점이 고객과 가까운 물류 공간 역할을 하는 거죠. 현재 국내 편의점 수가 1만2000~1만4000곳 정도고 점점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대형 마트를 운영하던 대기업은 마트를 MFC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마트는 서비스의 영역이지만 MFC는 풀필먼트거든요. 누군가 제품을 골라서 싸는, 피킹(picking)과 패킹(packing)을 해야 하는데, 이걸 전문적으로 하지 못하면 결국 CS 차원의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MFC에 별도의 피킹 및 패킹 공간을 마련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서초에는 고스트키친*과 오프라인 매장, MFC 등을 다 섞은 콘셉트의 매장을 준비 중인데요. 그걸 URC(Urban retail center)*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공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고스트키친: 물리적인 주방 공간만을 갖추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처리하는 요식업의 한 형태

Q. 국내 '배송 경쟁'이 치열합니다. 현재 시장 상황을 진단해주세요.
IT 고도화 고민은 이제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동안 물류 업계의 IT 발전은 다른 업계 대비 다소 뒤떨어져 있었어요. 1980~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제조나 서비스 분야에는 IT 투자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제조업과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는 전사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이, 은행에선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이 도입되고 지속 발전했죠. 상대적으로 물류 부문에는 투자가 덜 이뤄졌어요.

따라서 국내 물류 환경에 맞게 시스템이 최적화한 경우를 보기 힘들어요. 국가적인 관심이나 뒷받침되는 제도도 미비하죠. 최근까지도 물류를 SCM의 한 파트로 여기거나 제대로 된 담당자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물류 담당자가 따로 없어서 노무나 인사, 총무 업무 담당자가 물류 업무까지 담당했죠.

그런데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더해지면서 물류가 기업의 필수 역량이 되고, 핵심 산업이 됐습니다.

하지만 물류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의 '몸빵 물류'는 불가능해졌어요. 요즘 유통과 F&B 업계에선 매출액이 1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해마다 성장한 데 비해 IT 시스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성장 한계에 다다른 곳이 많습니다. 일종의 성장통을 겪는 거죠. 화주, 공급자, 소비자, 플랫폼 등 물류 데이터가 발생하는 모든 곳이 이에 해당합니다.

심지어 기존 물류회사나 새벽배송으로 빠르게 성장한 업계 선두주자도 어딘가 막힌 곳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양적 성장을 넘어 이노베이션(혁신)이 필요한 상황인 거죠.

서울 강남 메쉬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탁정욱 전략총괄. ⓒ최지훈

서울 강남 메쉬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는 탁정욱 전략총괄. ⓒ최지훈

“기획, '뉴턴 사과'처럼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Q. 사업 혁신 전문가로서 기획 및 전략 일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요?
삼성전자에 있을 때 첫 2년간 본사의 B2B사업 전략·기획 일을 했었어요. 다른 사업부와 많은 업무 협의가 필요한 자리였습니다.

기획은 뉴턴의 사과처럼 머릿속에서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닙니다. 설령 좋은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해도 추진력을 얻으려면 논리적으로 주변을 설득해야 하죠.
이후 4년간 유럽 모바일사업을 맡으면서 생소한 유럽시장 환경을 공부했습니다. 또 유럽 소비자는 가격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합리성을 동시에 중시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죠.

강조하고 싶은 건 그 어떤 스페셜리스트도 혼자 모든 문제를 다 풀 수는 없다는 거예요. 언제나 많은 파트너와 협업해야 하고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을 늘 염두에 두면 좋겠어요. 한국 시장이 치열하잖아요. 어렵고 역동적이죠. 한국에서 잘하는 사람은 분명 글로벌 시장에서도 직업인으로서 큰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글로벌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언어와 인문학 지식도 준비를 잘해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클라우드의 진화”의 6화 중 일부입니다.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클라우드가 모든 산업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를 가능케 한 주역으로도 꼽힙니다. 동시에 이를 다루는 B2B SaaS(Software as a Service)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지금 클라우드는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산업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관련 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폴인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