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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형 확정인데 381일 구금…인권위,"신체자유 침해"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선고와 동시에 형기가 종료됐는데도 검찰이 다른 사건의 구속영장을 근거로 계속 구금했다는 진정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불법 구금으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30일 이 진정에 대한 조사결과가 담긴 결정문을 배포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은 지난 2019년 11월 구속돼 1·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11월 26일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과 동시에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 당시 미결구금(未決拘禁) 일수가 381일로 형기인 징역 1년을 초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형집행지휘를 통해 진정인을 석방하지 않다가 6일 후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형이 확정된 기존 구속사건에 대해 석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권위는 “헌법 제12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제9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봤다.

검찰은 상고심 재판 중에 ‘2020년 11월 12일자로 피고인에 대한 구속기간을 2020년 11월 21일부터 갱신하다’는 구속기간 갱신결정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구속영장 효력이 2020년 11월 21일부터 2021년 1월 20일까지 연장돼 적법하게 구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대법원은 2020년 11월 26일 진정인의 사문서 위조 등 사건에 대해 상고기각 판결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에 대해선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면서 “상고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31조가 정하는 구속영장 실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판결 선고 이후 진정인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하지 않아 구속영장은 상고기각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구속은 ‘미결구금’으로 종국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인정되고, 자유형(금고·징역형)의 판결이 확정되면 구속영장은 당연히 효력을 상실한다”며 “형이 확정된 이후에 상고심 재판 중에 있었던 구속기간 갱신결정으로 계속 구금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병합 심리됐던 불구속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징역 6개월 선고가 있은 후 파기환송 판결을 했을 뿐 구속에 관한 결정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속사건의 미결구금일수 중 1년을 초과하는 구금일수가 불구속사건의 형기에 산입돼 불법 구금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미결구금일수 산입과 구속영장의 효력은 별개 사안”이라며 “검찰의 주장은 사실상 구속기간의 전용(轉用)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져 사건 단위로 구속기간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봤다.

인권위는 형집행지휘를 했던 검사와 수사관에 대해 징계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판업무에 관여하는 검사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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