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난 생각이 달라요”…창업가가 자제해야 할 토론 금기어

중앙일보

입력 2021.12.30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14)

창업가는 어딜 가나 토론에 직면하게 된다. 토론은 리더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이를 편안하고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수록 리더가 얻게 되는 이익은 매우 크다.

창업가는 수시로 제품개발팀, 임원진, 외부 파트너, 투자자, 외부 기관 등 여러 대상과 토론을 벌이게 되며, 토론을 통해 이들과 상호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보다 나은 사업 해결책을 찾게 된다. 반면 토론을 거부하거나 토론에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다면 조직에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하게 된다. 숫자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수학을 배울 수 없듯이, 토론을 거부하면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토론은 의견을 나눔으로써 사업과 조직을 개선하고 성장시키는 행위이지, 싸우는 행위가 아니다. 토론을 통해 얻는 긍정적 결과를 잘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그에 적극적으로 임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 pxhere]

토론은 의견을 나눔으로써 사업과 조직을 개선하고 성장시키는 행위이지, 싸우는 행위가 아니다. 토론을 통해 얻는 긍정적 결과를 잘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그에 적극적으로 임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 pxhere]

토론에 임하는 창업가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역량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상대방을 이해하는 역량이다. 같은 의견 갖은 상대와 나누는 이야기는 토론이 아닌 담소에 머문다. 토론은 거의 대부분 서로 다른 의견이 만날 때 시작된다. 다른 의견을 나누며 토론한다는 것은 우열을 떠나 서로의 의견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며 수많은 오류를 수정하고 개선시킨다. 토론이 보다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토론에 임하는 첫 태도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첫 태도에서 상대방이 나와 왜, 어떻게, 그리고 언제 다른 의견을 갖게 되었는지를 진심을 다해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토론을 건설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끈다.

다른 의견을 접할 때 상대방을 이해할 생각이 없는 창업가가 흔하게 저지르는 대표적 첫 반응은 ‘당신의 생각은 틀렸어’ 또는 ‘당신이 와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다. 이런 부류의 창업가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제가 그 분야에 전문가라서 하는 이야기인데요”, “ 당신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네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요”, “난 당신과 생각이 달라요”, “그 의견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등이 다. 이와 같은 표현은 토론을 촉진시키지 못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부정적 반감과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집착하게 만들게 되므로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기를 추천한다.

처음부터 상대방의 다른 입장을 이해할 생각이 없는 창업가는 다른 의견을 듣는 순간, 즉각적으로 상대방을 반박하고 자신의 주장을 만드는데 몰두하며 공격할 기회를 포착하는데 집중한다. 이와 같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되면서 더 이상 건설적 토론이 불가능하게 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상대방의 신뢰는 물론 존중도 얻을 수 있으며 사업과 제품 개발에도 함께 협력해 건설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토론 이슈의 여러 진실과 참값을 기준으로 누구의 의견이 스타트업 발전에 도움이 될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의견을 바꾸겠다고 의지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스타트업 리더로서 중요하다.

상대방의 다른 의견에 대한 이해가 마무리 되었다면 다음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양측 의견의 근본적 차이가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파악해보자. 서로 설정한 목표가 다르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목표가 다르니 각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의견도 상이할 수 밖에 없다. 창업가의 임무는 의견이 다르다고 성내고 불쾌해할 것이 아니라 서로 설정한 목표를 올바르게 수정해주고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리딩하는데 있다. 현 상황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근본적 목표를 양측이 공감하고 동의하게 함으로써 토론이 더욱 건설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토론에 참여하는 각 이해관계인의 주 관심 대상이 달라 의견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목표 대상 고객이 다르거나, 업무 수행을 통해 인정받아야 하는 대상이 달라항상 의견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다. 이와 같은 경우 양측의 주 관심 대상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고 이슈를 해결해야 상호간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같은 결정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근간으로 한 수많은 가정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각 데이터와 가정에 대해 어떤 배경과 근거가 이면에 숨어 있는지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한다.

토론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공감을 얻고 있다고 느낄 수록 상대방은 더욱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게 되고,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상호 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업 진행 상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오류를 발견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토론 시 항상 유의해야 할 점은 언어를 잘 선택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하여 똑 바로 의사를 전달하겠다며 지나치게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창업가가 있는데, 이는 상대방이 모멸감을 느껴 감정을 상하게 하여 토론을 부정적으로 이끌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언어 사용 습관은 상명하복과 기수와 서열 등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쉽게 저지르는 매우 위험한 실수다.

토론을 할 때엔 기본적으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토론을 할 때엔 기본적으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pxhere]

조직 성과를 쉽게 예측하는 척도로 심리적 안전이 있다. 구성원 각자의 자기 의사 표현으로 인해 자신이 무시당하거나 비난 당하지 않고 모욕감을 겪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어느 정도 있는가를 담아낸 것이 심리적 안전이다. 심리적 안전이 높은 조직일수록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척도가 가장 빈번하게 관측되는 상황이 토론이다. 심리적 안전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존중과 배려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수평 문화를 촉진한다면서 구성원 간에 모두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어에서 반말은 오랜 기간 친밀감을 쌓아 온 사이가 아니라면 존중의 의미를 담아내기에 상당히 부족할 수도 있으니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에게 매우 중요한 행위인 토론을 부정적으로 간주하거나 거부한다면 초등학교 소식지에서조차 대서특필돼야 할 정도로 충격적 사건이다. 토론은 다른 의견을 나눔으로써 더욱 사업과 조직을 개선하고 건설적이고 창의적으로 성장시키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싸우는 행위로 인식하는 창업가는 리더로서 치명적인 부정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토론에 능수능란하지 못하더라고 토론을 통해 얻게 되는 긍정적 결과를 잘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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