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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0이 묻는다, 신뢰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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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수련 기자 중앙일보 산업부장
박수련 팩플 팀장

박수련 팩플 팀장

게임하고 놀았는데, 이걸 돈으로 보상해준다고?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인 P2E(Play to Earn, 플레이 투 언)가 그렇다. P2E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하는 데 쓴 시간과 노력 자체를 ‘토큰’이라는 암호화폐로 보상해주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이 토큰을 코인거래소에 내다 팔면 즉시 현금을 쥘 수 있다. 게임으로 올린 성과를 돈으로 바꾸는 걸 금지하는 국내에선 불법이지만, P2E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게임의 흥행 성과는 왜 게임 회사가 독점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게임이나 SNS처럼, 최근 20년간 창의와 혁신의 상징으로 대접받던 정보기술 서비스에 대한 기류가 바뀌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열심히 글 쓰고 사진 올린 덕에 그 플랫폼이 커졌는데, 과실은 플랫폼이 다 가져가는 게 공정하냐고 묻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내 데이터로 돈 버는 플랫폼이 그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 믿을 수 있냐고, 정부는 이들을 감시할 능력이 있느냐고 의심한다.

유사한 질문은 더 있다. 애플·구글이 앱마켓으로 앱 경제를 일으킨 건 알겠는데, 왜 에픽게임즈 같은 개발사와 경쟁하려 드나, 그게 공정한가 하는 물음이다. ‘중개인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빅테크의 선의를 믿어도 되겠느냐는 의심이 여기에도 있다.

신뢰가 곧 자산인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기축통화를 계속 뿌려대는 미국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암호화폐의 열렬한 추종자가 됐고, 왜 은행은 하는 일 없이 수수료를 떼느냐는 질문이 탈중앙 금융(DeFi)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산’이다. 플랫폼 기업이 틀어쥔 데이터를 사용자 커뮤니티에 분산 저장하고, 중앙집중화된 인터넷을 다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공간으로 만들자는 요구가 거세다. 요즘 글로벌 기술 투자업계가 ‘웹3.0’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권위 있는 개인이나 정부, 혹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보증하는 신뢰 체계보다 다수가 참여하는 커뮤니티의 약속이 더 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웹3.0은 플랫폼이 잘되면 참여한 개인에게도 보상해준다는 약속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사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다가, 한국의 대선판으로 눈을 돌리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 사람은 “앱으로 구직하는 때가 온다”고 말하고 한 사람은 ‘박정희식’ “국가 주도”를 외치고 있어서다. 이들은 분산과 공유, 참여에 합당한 보상을 원하는 시대를 응시하고 있는 걸까. 대통령 중심제는 웹3.0 시대를 견뎌낼 수 있을까.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답답함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