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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아니요’가 아니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정재는 유행어가 많은 배우다. 영화 ‘신세계’에선 조직의 2인자에게 위협당한 뒤 당황하며 건넨 대사가 유명하다.

“거 중구 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따라 하기 열풍이 불었던 이 대사의 마지막 어미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아니요’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아니오’라고 해야 바르다.

한 문장의 끝을 맺는 자리이므로 종결어미 ‘-오’가 와야 한다.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에 설명·의문·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오’가 결합한 말이다. “내 알 바 아니오” “마땅히 우리가 할 일이 아니오”와 같이 한 문장의 서술어로만 사용한다. 같은 이유에서 “제발 도와주십시요” “이제 그만하십시요”로 쓸 수 없다. ‘도와주십시오’ ‘그만하십시오’로 고쳐야 된다.

앞말과 뒷말을 이어 줄 때는 ‘아니오’가 아닌 ‘아니요’가 온다. “그들은 부부가 아니요, 동지랍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닙니다” 등처럼 사용한다. ‘아니다’의 어간에 어떤 사물이나 사실 따위를 열거할 때 쓰이는 연결어미 ‘-요’가 붙은 형태다. 문장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므로 ‘아니오’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어떤 질문에 부정하는 대답을 할 때도 ‘아니오’와 ‘아니요’의 표기를 많이 혼동한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답하시오”와 같이 쓸 수 없다. ‘예, 아니요’라고 해야 올바르다. ‘예’ 또는 ‘네’와 상대되는 말은 ‘아니요’다. 이때의 ‘요’는 연결어미가 아니다. 감탄사 ‘아니’와 높임의 의미를 더하는 보조사 ‘요’가 결합된 구조다. 감탄사에 종결어미 ‘-오’는 붙을 수 없다. 답하는 말로 ‘아니오’를 사용하는 것은 어법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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