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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통신조회 논란, 언론자유 위해 계속 추적 보도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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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2월 회의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회의는 28일 열렸다. 이메일로 각자 의견을 보낸 위원들도 있었다. 김준영(성균관대 이사장) 위원장을 비롯한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를 꼼꼼히 읽고 만족스러웠던 대목과 아쉬웠던 부분 등을 가감없이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날카로운 비판과 애정어린 조언을 소개한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성균관대 이사장=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다. 23일자 ‘5월만해도 한국과 똑같았다…신규확진 0명 대만의 기적’ 보도가 독자들의 눈길을 상당히 끌지 않았나 생각한다. 강제 봉쇄 없이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대만의 전략을 통해, 우리 방역의 문제점을 잘 짚었다. K방역의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시사점이 있는, 적절한 해외 사례 분석이었다.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12월 8·10·20일자에서 ‘서울 혜민병원, 남양주한양병원, 용인강남병원 등 병원 통째 내놨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병원들이 전담 병원에 참여한 걸 보도해줘 국민 이해도를 높인 점을 평가하고 싶다. 2일자 ‘코로나19로 꽉찬 중환자실, 누구를 먼저 입원시켜야 하나’란 심층보도 역시 병실이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상황에서 눈여겨 볼만한 기사였다. 지난해 8월 내놓은 중환자의학회가 의료윤리학회 검토를 거쳐 내놓은 입·퇴원 원칙을 아주 소상하게 제시했다. 반면 지방 공공의료 기관에 대해서는 전담병원 역할을 강요하면서 국립의료원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이에 대한 추가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영

민영

▶민영 고려대 교수=18일자 ‘이재명 종전선언 추진, 윤석열 국민적 합의 없었다’는 기사는 종전선언에 대한 대선후보 4명의 입장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드물게 대선 보도에서 유용하게 읽었던 기사다. 다만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대선 2022’라는 페이지를 따로 개설하고, 쟁점 이슈에 대한 후보 입장을 정리해놨는데 어떻게 보면 피상적이다. 타당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운데 분석 기사를 연결시켜 주면 독자들이 대선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대선 후보들의 발언과 일정을 쫓아다니는 보도가 좀 많았던 것 같다. 단순 전달보다는 배경과 맥락을 설명하고, 공약이 있다면 검증을 하는 적극적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박상훈

박상훈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 기사에 사실과 관련된 인용보다는 발화자의 의견을 담은 인용이 많다. 전화로 ‘멘트’를 따서 모은 기사도 상당하다. 인용이 많아지면서 피인용자가 사용하는 외국어 표현을 그대로 옮겨놓는 일도 과다해졌다. 인터넷 용어나 줄임말 등이 그대로 사용되는 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협치(協治)는 우리 말 사전이나 중국어 사전에도 없는 일본 말이다. 일본 말이라 사용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협치는 그간 일본 사회의 단점으로 지적된 공(公) 중심 체제를 개선하고 진정한 개인의 확립을 지향하는 원리로 2000년에 처음 제안됐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의미나 맥락과 상관없이 표현만 가져와 ‘안 싸우고 협력하라’는 규범적 맥락에서 사용한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대부분의 주요 언론이 그렇지만, 거대 양당 두 후보의 경우엔 사소한 동선까지 보도하면서 그 외 후보들에 대하여는 공약에 대해서도 소홀하게 다루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서울대 교수=대선 때야말로 긴 호흡의 이슈를 다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숏텀 이슈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27일자 ‘코로나 수포자, 학습격차 2배’는 좋은 기사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교육 격차 속에서 2년을 보낸 아이들이 5년·10년 후 사회로 진출을 할 때가 되면 사회적 격차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반면 24일 온라인에서 ‘김한길 미션 이거였어? 윤 부득이 발언 예사롭지 않은 이유’란 제목은 너무 클릭 위주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였어?’란 표현에 저도 클릭을 하긴 했지만, 클릭 유도성 제목을 다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지면

지면

▶김준영=공수처에서 언론사 기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걸 두고 중앙일보 외 다른 신문에서도 많이 보도를 했다. 이 통신자료 조회 건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앞으로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 문제제기와 추적 보도가 필요하다.

▶이영주=3일자 ‘중립 논란 자초한 공수처’, 27일자 ‘본지 기자 어머니 통신자료 뒤졌다’ 등 비판적 기사를 여러 건 보도했다. 적법절차, 중립성, 공정성 등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공수처를 새로 만들기 위해 들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큰 아쉬움이 있다. 지금 공수처에 제기되는 문제들은 시민단체에서 고발해 공수처가 깊이 성찰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 주자들에게 수사기관과 권력기관 개편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도록 언론이 촉구할 필요가 있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21일자 ‘건설비 싸고 친환경적, 지자체들 트램에 꽂혔다’ 기사는 역기능에 대한 논의가 함께 언급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트램 설치 과정에서 차선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교차로에서 트램으로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버스는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노선 변경과 대응이 가능하지만 트램의 경우 레일 문제로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의정부 경전철 파산 경험에 대한 논의도 포함됐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저는 칠레 대선과 관련해서 중앙일보 보도를 추적해봤다. 11월말 결선투표 전 ‘우파 후보의 선전이 칠레의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킨다’는 내용의 흥미로운 전망도 있었고, 최근에 보리치가 당선이 됐고 이에 대한 21일자 분석 기사도 있었다. 다만 조금 더 폭넓은 후속 기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른 언론에서는 보수나 진보 정권의 교체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주요 국가 지도자들의 이념적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21일자 ‘세금 깎고 전기료 동결, 대선만 보는 땜질 정책’은 각 정당이나 대선 후보들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전기료 인상 요인이 있어도 이를 반영하지 않는 문제를 제대로 지적했다. 다만 기사 본문 내용은 부동산 공시가격이나 보유세 문제를 보도한 게 대부분이었고, 전기료 동결 문제는 후반부에서 간단히 언급한 부분은 아쉬웠다.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나 정책 등을 제시하는 후보들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주었으면 한다.

▶김은미=27일자 ‘성차별 말하면 너 페미야? 낙인, 친구끼리도 젠더 얘기 꺼린다’는 기사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사회 문제의 정곡을 찔렀다. MZ세대 남녀 세계관이 다르다는 흥미 위주 지적을 넘어, 차이를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을 적합하게 해줬다. 이렇게 조금 멈춰서서 분석하는 분석적 기획기사는 정말 정론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2월 회의가 지난 28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줌 캡처]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2월 회의가 지난 28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줌 캡처]

▶민영=‘2021 리뷰’라는 타이틀이 달려서 나오는 시리즈 기사들이 있는데, 각 이슈들이 왜 선정됐는지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홈페이지에서 5번 기사를 읽고, 4번이나 3번 기사를 읽으려 해도 링크가 잘 안 돼 있어 아쉬웠다.

▶박인휘=연말에 많은 언론들이 한 해 동안 있었던 미담, 선행 기사들을 다루던 관행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로 각박하고 어려운 상황인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사들이 좀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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