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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준대"…삼성맨만 돈벼락 맞나, 성과급 두둑한 곳 어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 A대기업에 다니는 유모씨는 29일 중앙일보와 통화하면서 “이틀 뒤인 31일 입금될 성과급 잔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마통(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주식에 투자했던 터라 대출을 갚을 생각에서다. 유씨는 “올해 회사 실적이 좋아서 약속됐던 성과급 외에 추가로 더 나올 분위기였는데 아직은 얘기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2. 지난주 B그룹 익명 온라인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계열사에서 기본급의 1000%까지 성과급이 지급된다는 소문이 돌아서다. 계열사 직원들까지 나서 “진짜냐” “부럽다”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희망일 뿐”이라며 “아직 실적 마감이 안 된 상태라 성과급은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봉 44~49% 이상

대개 연말·연초에 집중되는 성과급 지급 시즌을 맞아 직장인들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최근 주요 계열사 임직원에게 특별상여금(최대 기본급 200%)을 지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29일 사업 부문별로 성과급(OPI) 지급 기준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반도체(DS) 부문 임직원 6만여 명이 연봉의 44~49% 이상을 받게 돼 ‘보너스 잔치’가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사업부가 있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예상 OPI 지급률은 44~48%가 될 전망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역시 갓 삼성” “갈빗집(경기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를 가리키는 은어)으로 옮기고 싶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뉴시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뉴시스]

배터리 업계 기대감 크지만 ‘글쎄’

상당수 기업은 실적 결산을 거쳐 다음 달 초 정확한 성과급을 제시할 방침이다. 직장인들의 기대치는 개별 기업과 업황에 따라 엇갈린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는 어느 때보다 직원들의 기대감이 높다. 전문 인력이 부족해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졌던 만큼 서로 경쟁사 움직임을 의식해 성과급 봉투를 ‘두껍게’ 책정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흑자 전환이 최근 1년 새 이뤄졌고 북미·유럽 등에서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내년 초 발표까지 알 수 없다”며 “기대감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철강·통신 등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선방한 업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성과급 기대에 미리 행복한 고민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모님 TV 바꿔드리고 싶다”(C온라인 유통업체 직원) “여자 친구 선물하려는데 어떤 게 좋나”(D반도체 직원) 같은 글이 잇달아 올라온다.

반대로 ‘박탈감이 더 커졌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일부 기업 샐러리맨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두둑한 성과급을 챙기는데 정작 자신의 주머니는 쪼그라들어서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호텔과 일부 유통업계 근무자들 사이에선 “성과급이 뭔가요”(E오프라인 유통업체 직원) “(성과급 대신) 우리사주도 괜찮다”(F중공업 직원) 등의 한탄·위안이 이어진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저마다의 일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저마다의 일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MZ세대 늘며 성과급 문화 변화”

성과급 논의는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활발해졌다. 성과급 책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성과에 비해 액수가 적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대기업들이 잇달아 성과급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대차 노조가 지난 4월 출범했다. [연합뉴스]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대차 노조가 지난 4월 출범했다. [연합뉴스]

내년 초에도 성과급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스스로 MZ세대라는 한 대기업 직원은 “올해 초 대표이사가 경영 성과와 연계해 성과급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 약속을 지킬 거라 믿는다”면서도 “이행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반발이 올해 이상으로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대기업 직원은 “MZ세대만 성과급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며 “결국 성과급 지급기준을 밝히겠다는 건 구성원과 소통하겠다는 뜻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와는 다른 견해도 있다. 대기업의 관리자급 인사는 “노조 중심으로 성과급 이슈가 내년 초에도 불거질 수 있겠지만 올 초에 한번 파도를 넘어서 그다지 시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성과급이 인센티브로 작동하려면 ‘내가 뭘 어떻게 했을 때 받을 수 있다’는 지급 기준이 투명해야 한다”며 “그래야 구성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사실 미국에선 동기 부여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대규모 성과급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노동시장이 유연화돼 있다면 좀 더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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