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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세의 월세화'…서울 아파트 월세값 124만원 역대최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이 계속 오른다.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이 계속 오른다.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해 새 임대차법 시행과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난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9일 KB부동산의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KB 월세지수는 2019년 1월을 기준(100)으로 삼아 전용면적 95.8㎡ 이하 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가격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8월 107.0으로 상승한 이후 지난달 108.6에서 이달 오름폭을 더 키웠다. 올 한 해 동안 5.47% 상승했다.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폭이기도 하다. 인천과 경기의 월세지수도 상승 중이다. 인천 월세지수는 지난달 109.1에서 이달 110.0으로, 경기는 지난달 108.1에서 이달 108.6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24만1000원을 기록해 지난해 11월(112만2000원) 대비 10.6% 올랐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지난달 기준 130만1000원으로,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117만8000원보다 12만3000원 높은 수준이다.

월세가 낀 거래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509건 가운데 전세를 제외한 월세 낀 거래는 42.0%인 4409건에 달했다. 지난 8월 월세 거래 비중(41.3%)을 뛰어넘었다. 또 올해 들어 서울에서 월세가 포함된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5만9922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부세 부담이 '세금 전가'로 이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집을 팔지 않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종부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임대료를 최대한 높여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출규제로 전세대출마저 여의치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을 더 거주한 임차인이 임대차 시장에 나오는 내년 8월 이후에는 월세 비중이 더 늘고 가격도 더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월세 가격 상승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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