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내년은 검은 호랑이 해…인도 숲서 7~8 마리 서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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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41)

다가오는 새해 2022년은 육십갑자(六十甲子)로 임인년(壬寅年)이고 호랑이해가 된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임(壬)이 북방위인 검은색이기에 검은 호랑이(黑虎)해라 부르기도 한다. 2010년 경인(庚寅)년은 경(庚)이 서방위인 흰색이라 백호(白虎)해라 불리기도 했다.

호랑이의 피모색은 본디 복부의 흰색을 제외한 몸 전체가 황색 바탕에 검은색의 세로줄 무늬를 가지고 있다. 검은 호랑이(이하’흑호’라 함)는 검은색의 세로줄이 넓게 펴져 황갈색을 많이 가리는 모양이다. 백호는 바탕이 흰색이고 세로줄은 진한 갈색이거나 희미하게 보인다. 흑호와 백호는 호랑이의 아종이 다른 것이 아니라 모두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부탄에 분포하는 벵갈호랑이 종이다. 학명도 공히 ‘Panthera tigris tigris’로 표기된다. 백호는 국내의 동물원에서 볼 수 있고 예로부터 청룡 주작 현무와 함께 사신 중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으나 흑호는 좀 생소한 면이 있다.

백호는 예로부터 사신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백호는 벵갈호랑이의 백색변종으로 붉은색과 노란색 색소인 페오멜라닌의 부족으로 나타난다. [사진 에버랜드동물원]

백호는 예로부터 사신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백호는 벵갈호랑이의 백색변종으로 붉은색과 노란색 색소인 페오멜라닌의 부족으로 나타난다. [사진 에버랜드동물원]

포유동물의 모색은 멜라닌색소에 의한다. 멜라닌에는 검은색·갈색의 유멜라닌(eumelanin)과 붉은색·노란색의 페오멜라닌(pheomelanin) 두 종류가 있으며 멜라닌 사이의 양 비율 분포가 모색을 결정한다. 백호는 페오멜라닌 색소가 부족하고, 흑호는 유멜라닌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호랑이는 근친교배의 영향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백호의 기록은 인도에서 170년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1907년부터 1958년까지 20여마리가 포획되었다 한다. 현존하는 백호는 1951년 인도의 르와 지방에서 포획된 9개월된 수컷 ‘모한(Mohan)’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듬해 모한과 황색의 벵갈호랑이 사이에서 흰색유전자를 가진 황색호랑이가 태어났다. 이 황색호랑이와 모한의 번식이 다시 시도돼 4마리 중 1마리의 백호를 얻은 후부터 수가 늘어나게 됐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동물원에 보내져 증식이 많이 이루어졌다. 야생에서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아 보고되지 않고 있어 절멸된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에버랜드동물원이 1989년 미국의 오마하동물원과 신시내티동물원에서 분양 받은 개체가 번식에 성공해 지금에 이른다.

유멜라닌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흑호가 태어나는데, 근친교배의 영향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데일리 미러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유멜라닌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흑호가 태어나는데, 근친교배의 영향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데일리 미러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흑호에 대한 이야기도 주로 인도 지역에서 300년전부터 목격담이 전해지나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 인도에는 흑표범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흑호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었고 황색 호랑이가 그늘에 가리면서 검은색으로 착시되는 사례도 많았다. 1992년 인도에서 머리와 등이 검은색인 호랑이 모피가 압수된 것이 가장 확실한 최초의 기록이다. 이 모피는 뉴델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괸에 보존되어 있다. 1999년에는 인도동부의 오디샤주 산림보호구에서 관리원이 2마리의 흑호를 목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2014년 인도에서 5살된 백호가 4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이 중 1마리가 검은색을 띄었다. 이후 검은색을 띈 새끼호랑이의 분만기록이 몇 차례 있었다. 최근에는 오디샤주 산림보호구에서 야생 상태의 흑호를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바도 있다. 야생에서 7~8마리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호랑이는 먹이사슬의 최상에 위치하며 용맹과 기개를 상징한다. 홀로 다니지만 외롭게 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이동하지만 숨어 다니지 않고, 야간에 활동하지만 교활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사진 서울동물원]

호랑이는 먹이사슬의 최상에 위치하며 용맹과 기개를 상징한다. 홀로 다니지만 외롭게 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이동하지만 숨어 다니지 않고, 야간에 활동하지만 교활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사진 서울동물원]

전 세계적으로 야생에 서식하는 호랑이의 개체수는 4000마리 정도로 점차 감소 추세다. 한반도에 분포했던 시베리아호랑이는 500마리 정도가 유지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야생에서 멸종된 상태이나 1986년과 1987년 미국을 시작으로 2011년 러시아, 2017년 체코에서 시베리아호랑이를 도입하고 증식에 성공해 7개 동물원에서 55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동물원의 수용시설이 부족하여 번식을 제한하는 실정이다. 다행하게도 2018년에는 경상북도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내에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가 설립되었다. 3만8000m²의 넓은 부지에 여유 있는 동물 우리와 안전시설을 갖추고 있어 향후 한국내 호랑이번식기지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지역적으로 한국호랑이, 아무르호랑이, 만주호랑이, 우수리호랑이 등으로 불리며 중국에서는 동북호랑이, 한국에서는 백두산호랑이라 불리기도 한다.)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큰 생물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고대신화나 민속에 가장 많이 등장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화나 문학에 자주 나타나는 가운데 국기 문장 마스코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단군신화에 처음 등장한 후 수많은 전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민속의 중심에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였으며 축구 국가대표팀의 문장이기도 하다.

한국의 민속에서는 산신령이 호랑이를 타고 있는 모습을 그렸으며 호랑이 자체를 산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신화와 민담에서는 쑥과 마늘을 먹고 담배를 피웠으며 곶감에 놀라 도망가기도 했다. 한때는 사람에 해를 끼친다 하여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다. 한민족의 삶과 문화에 가장 깊이 연관된 동물이 된다.

시베리아호랑이는 한국의 야생에서는 절멸되었으며 국내 7개 동물원에서 55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경북 봉화에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가 설립되어 번식기지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베리아호랑이는 한국의 야생에서는 절멸되었으며 국내 7개 동물원에서 55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경북 봉화에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가 설립되어 번식기지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사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에 위치하며 용맹과 기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호랑이의 특징을 잘 나타낸 글귀가 하나 있다. “홀로 다니지만 외롭게 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이동하지만 숨어 다니지 않고, 야간에 활동하지만 교활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임인년에 바라보는 호랑이는 더욱 그러할 것 같다. 새해는 우리 사회도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 삶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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