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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현장서 불길 본 버스기사…소화기 들고 뛰쳐나가 대형 화재 막았다[영상]

중앙일보

입력

경북 경주에서 350번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버스기사 송대웅(43)씨는 성탄절인 지난 25일에도 여느 때처럼 운행을 하고 있었다. 오후 4시15분쯤 송씨는 경주시 건천읍 건천나들목(IC) 인근 사거리에서 서로 부딪친 채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차량 두 대를 발견했다.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같은 색 경차가 부딪친 사고 현장에선 불길이 일고 있었다.

이를 본 송씨는 망설임 없이 운행 중이던 버스를 멈춰 세우고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차량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뛰쳐나갔다. 폭발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곧장 화재 진압에 나선 송씨는 소화기 하나로 불길이 제대로 잡히지 않자 다시 버스로 돌아가 예비 소화기까지 동원해 진화 작업을 이어갔다. 송씨가 화재 진압을 하는 동안 다른 운전자들도 차량을 세우고 진압에 합세했다.

25일 오후 경주시 건천읍 건천나들목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로 화재가 일어나자 시내버스 기사 송대웅씨가 운행을 멈추고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25일 오후 경주시 건천읍 건천나들목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로 화재가 일어나자 시내버스 기사 송대웅씨가 운행을 멈추고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사진 경주시

송씨가 발 빠르게 불길을 초기에 진압하면서 큰 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차량 사고로 당황한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자 송씨는 사고 차량을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송씨는 초기 진압을 완료한 후 119 소방차가 도착하자 다시 시내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들도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든 장면이 버스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송씨는 2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차량이 폭발할 것 같아 두렵긴 했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누군가가 화재를 진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시내버스 기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심폐소생술이나 차내 안전사고 대응 등 산업안전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소화기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 “상을 받거나 언론에 주목을 받기 위해 한 일이 아닌데도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줘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나뿐만 아니라 그 어떤 시내버스 기사분이라도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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