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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가한 정책 할때냐" 李 이말에…김포공항 이전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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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월 3일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월 3일 "임기 내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포공항 이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언한 대규모 공급 대책의 핵심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28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포공항 이전을 포함한 대규모 공급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을 이전해 최소 30만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이 구상은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지만 서울권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이 후보가 이 방안을 공급대책의 핵심으로 낙점한 것은 지난 19일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였다.

李. “한가한 정책 만들 때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 공간(앤드스페이스)에서 무주택자들과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 공간(앤드스페이스)에서 무주택자들과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의 김포공항 이전 관련한 서울지역 여론 동향에 대한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강 의원은 “제주도 가려고 인천까지 가야하냐는 우려들이 관측된다. 논란이 적고 바로 현실화 가능한 용산 부지부터 공급 대책으로 내놓는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후보가 직접 “단기 실행 플랜과 선거 전략 플랜들을 다들 헷갈리고 있는 것 같다. 한가한 정책 만들자고 여기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이기려고 선거하는 거다”라며 이견 정리에 나섰다고 한다. 윤후덕 선대위 정책본부장이 이 자리에서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 후보는 “2주 시간을 주겠다. 그때까지 김포공항 공약을 내실 있게 준비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주문에 따라 김포공항 이전을 포함한 부동산 공급대책을 종합할 ‘수도권 부동산 공급 특위’가 이날 즉시 구성됐다. 특위는 유동수(재선·인천 계양갑) 의원이 이끌고 있다.

“김포공항 이전시 최소 30만호 공급 가능”

지난 여름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탑승장을 향하는 여행객들. 2019년 기준 김포공항에선 14만422편이 뜨고 내렸다. 2544만8416명의 여행객이 이 공항을 이용했다. 전민규 기자

지난 여름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에서 탑승장을 향하는 여행객들. 2019년 기준 김포공항에선 14만422편이 뜨고 내렸다. 2544만8416명의 여행객이 이 공항을 이용했다. 전민규 기자

지난 8월 당내 경선과정에서 “임기 내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발표한 이 후보는 이후에도 “기대 이상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12월 2일)이라고 수차례 강력한 공급 대책을 예고해 왔다. 민주당 선대위는 그동안 ▶경인선 지하화 ▶옛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 ▶용산 정비창 부지 활용 등을 수도권 주택 공급 부지 확보 방안으로 검토해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 입장에선 찔끔찔끔 부지를 모아서 공급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거 같다”고 설명했다.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고 255만평의 부지를 경기 부천 대장동, 인천 계양, 김포 일부까지 연결해 개발하면 1100~1200만평의 땅에 최소 30만호를 지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정책라인의 셈법이다. 민주당은 김포공항이 사라지면 서울 강서·양천 등지의 고도제한이 풀려 공급이 늘고 소음 피해로 인한 고질적 민원을 해소할 수 있다는 부수 효과도 기대한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이 후보가 당선 돼 확정되더라도 임기 내 착공이 쉽지 않다는 게 맹점이다. 선대위 정책본부 관계자는 “계획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등 거치려면 임기 내 착공은 어렵다”며 “인천공항부터 확장해야 김포공항의 기능을 이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등이 기대하는 건 시장에 주는 신호다. 이 관계자는 “진보 정권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가졌던 이념성을 걷어내고 절대 목표를 가격 안정에 두자는 게 이 후보의 뜻”이라며 “더 많이 더 빨리 더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권 일부 반발…선대위 핵심 “조율 거칠 것”

그러나 당장 넘어야 할 것은 서울권 의원들의 반발이다. 당장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도 서울시당위원장인 기동민 의원 등이 자유발언을 신청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기 의원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해버리면, 서울시민들의 편익이 상당히 침해될 우려가 있다. 이런 대책을 발표할려면 반드시 서울권 의원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대위도 당내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서울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면서도 “공급 특위 차원의 설계가 마련되면 내부 협의를 거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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