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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확진자 격리 완화, 프랑스는 재택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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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미국·영국과 아직 델타 변이가 더 많은 독일·프랑스가 대조적인 연말연시 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미국·영국은 방역을 완화해 격리자 급증에 따른 의료·기간시설의 인력난을 줄이는 데 무게를 둔 반면, 독일·프랑스는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규제 강화에 치중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무증상자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열흘에서 닷새로 줄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3차 추가접종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도 격리를 면제했다. 격리 면제·축소 대상자에겐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기로 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앞서 21일 백신 접종자가 확진되면 자가격리 기간을 열흘에서 이레로 줄였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 확산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연말연초에 대규모 세밑 행사를 막지 않고 나이트클럽 운영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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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연말 방역을 강화해 28일부터 실내 모임 인원을 10인으로 제한했다. 동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영화관·극장·박물관·동물원·수영장 등을 폐쇄했다.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주 16개 연방주 지도자 회의에서 “오미크론이 확산하면 의료시스템과 국가 전체의 주요 기반시설에 극도의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방역 강화를 결정했다. 독일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아직까지는 우위종이 아닌 것으로 보고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프랑스는 다음달 3일부터 가능한 경우 원격 근무를 의무화해 이동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고 국제방송 프랑스24 등이 보도했다. 장거리 열차 안에선 음식을 섭취할 수 없게 했고, 도심에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성탄절인 25일 하루 확진자 10만 명을 넘긴 프랑스의 장 카스텍스 총리는 27일 “의료 서비스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방역 강화를 발표했다. 다음달 15일에는 새로운 백신 패스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백신 미접종자의 공공시설 이용을 대폭 제한할 전망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된 미·영 “공존 모색” 확산 덜한 독일 “방역 조여 차단”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지난 27일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인력 부족으로 최소 2600편의 비행이 취소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지난 27일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인력 부족으로 최소 2600편의 비행이 취소됐다. [AFP=연합뉴스]

미국·영국이 연말연시를 앞두고 방역을 완화한 배경에는 격리자 증가로 의료·항공·철도 등 국가 기간산업에 일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급증하고 이들이 격리에 들어가면서다. 미 CDC는 지난 성탄 연휴 기간에 병가를 낸 직원의 급증으로 수천 편의 항공편을 취소한 항공사들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항공 직원들의 격리 기간을 줄여 달라”고 요청한 뒤 완화 조치에 들아갔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도 대규모 격리로 각 분야에서 일손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26일 영국 철도운송그룹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이레 동안 평균 열차 운행의 5.4%가 직원 병가로 취소됐다. 연평균 취소율 2.9%의 두 배에 가깝다. 결국 자가격리 기간 축소는 철도·운송 등 공공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우려한 사회적 조치로 볼 수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의 최대 40%가 격리로 일시 결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런던 사우스뱅크대의 앨리슨 리어리 교수는 가디언에 “코로나19에 따른 결근 증가 추세를 보면 이런 전망이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규제를 더 이상 강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이런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오미크론 감염자의 증상이 비교적 가볍다는 보고도 이런 결정을 뒷받침했다. 최근 영국 보건안전청(HSA)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자가 입원할 확률은 델타 감염자보다 50~70% 낮았다.

시카고의대 역학자인 애밀리 랜든 박사는 지난 23일 WP에 “이젠 증상만으론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코로나19와 감기·독감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은 오미크론 대응책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스콧 고틀립 미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CDC의) 새로운 지침은 우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지속하면 사회 봉쇄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준 중앙병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28일 “아직 근거가 불충분한 측면이 있어서 미국처럼 확진자 격리 기간을 단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 팀장은 다만 “다음주 중 오미크론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델타 변이처럼 열흘로 줄이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격리조치는 여전히 예방접종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전파가 심각하면 고려할 수도 있다”며 “위험을 어느 정도 감당할지는 나라 상황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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