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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규원 '윤중천 보고서'는 허위"…靑기획사정 수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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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44·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대전지검 검사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조사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과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유출한 혐의로 28일 기소됐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골프 접대 의혹, 김학의 차관 임명 최순실 배후설 등 보고서 주요 내용을 모두 허위 사실로 보고 재판에 넘긴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9년 당시 버닝썬 의혹을 덮고 검찰개혁을 밀어 붙이려고 기획사정을 벌였다는 의혹은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연합뉴스]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 [연합뉴스]

檢 “윤중천·박관천 면담결과서 조작한 뒤 언론 건네 보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선혁)는 이날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비밀누설,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이규원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2018년 12월~2019년 2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검사로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을 조사하며 접대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박관천 전 행정관을 면담한 뒤, 이들이 말하지 않은 사실을 말한 것처럼 면담결과서 3부를 허위 작성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행정관은 2013년 3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근무 당시 김 전 차관 의혹을 내사했었다.

이 검사는 또 2019년 1~2월 기자 두 명에게 면담결과서 출력물과 내용을 건네 주며 윤갑근 전 고검장 골프 접대 및 최순실 배후설 등 허위 내용을 보도하게 함으로써 각각 윤 전 고검장과 김학의 전 차관 부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는다.

별도로 과거사위원회가 허위 보고서를 근거로 곽상도 전 의원이 2013년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의뢰 권고 결정을 하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것에 대해선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이규원 “허구적 기소” vs. 곽상도 “文 허위보고서로 수사 지시”

이규원 검사는 기소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감스럽고 많이 아쉽다”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공무원 신분이라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허구적 기소에 대해 하나씩 밝혀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반면 사건 피해자인 곽 전 의원은 “허위 면담보고서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를 지시해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는데 전부 조작”이라며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고검장도 "검찰이 너무 쉬운 결론을 갖고 정치 논리나 세력의 힘에 휘둘려 결정을 늦게 하는 바람에 피해자들에게 이중 피해를 끼쳤다”고 유감을 표했다.

9개월 만 사건 되돌려준 공수처 탓에 기소만 지연

이 사건은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 받은 뒤 9개월간 들고 있다가 결론을 내지 않고 다시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처리만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 발견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에 따라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건만 남기고 핵심 의혹인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등을 공수처에 넘겼다. 이후 공수처는 기소 결론을 내리지 않고 9개월 만인 지난 17일 다시 검찰에 사건을 돌려줬다.

공수처는 “사건 관계인에 대한 ‘합일적 처분’을 위한 이첩”이라며 “동일 사건, 동일 대상을 한쪽에서 처리하자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이럴 거면 왜 진작 돌려주지 않았느냐”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날 “검찰과 공수처 양 기관이 수사한 사건 내용이 밀접 관련돼 있어 협의를 거쳐 공수처에서 재이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 후속 수사?…이광철 전 비서관 겨누나

이광철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이광철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검찰이 이날 “이규원 검사 이외 나머지 관련 피의자를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 밝힌 것을 두고 향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포함한 기획사정 의혹 수사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 전 의원은 2019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당시 민정수석,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자녀 의혹을 제기하던 자신을 겨냥해 위법한 수사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다.

앞서 2019년 3월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윤규근 총경 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덮기 위해 당시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이후 민정비서관)이 이규원 검사와 김학의 사건 기획 조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이 검사가 윤중천·박관천 면담 전후를 포함해 수시로 이광철 전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확보했다. 당시 과거사위 관계자는 이날 “‘나머지 관련 피의자는 계속 수사 예정’이라는 부분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남은 수사는 차근차근 한 단계씩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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