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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흑인 여성 부지사가 트럼프 지지…NYT "있을 수 없는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월 1일 미국 버지니아 부지사 후보 시절 윈섬 시어스. AP=연합뉴스

9월 1일 미국 버지니아 부지사 후보 시절 윈섬 시어스. 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버지니아주가 배출한 최초의 흑인 여성 부지사가 화제다. 17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 윈섬 시어스(57) 당선인이 그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그의 당선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평했을 정도다. NYT는 “승산도 없었고, 선거운동도 늦게 시작했고, 자금도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다음달 15일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과 함께 취임을 앞두고 있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어떻게 현실이 됐을까.

시어스는 2001년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당선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당시 대를 이어 20년간 자리를 지켰던 민주당의 빌리 로빈슨 주니어를 제치고 당선해 화제를 모았다. 한 차례 임기를 마친 후 정치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가 2018년 무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도전했지만 낙마했다. 이후 3년 만에 그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전체 공직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흑인 여성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민자 출신 흑인+보수 성향+트럼프 지지자 

11월 3일 버지니아 부지사 선거에 당선된윈섬 시어스. 로이터=연합뉴스

11월 3일 버지니아 부지사 선거에 당선된윈섬 시어스.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무엇보다 주목받는 건 이민자 출신 흑인 여성이라는 배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보수주의자라는 이색 조합이다. 그는 NYT에 “메시지는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메신저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보수주의적 정치 성향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적임자인 메신저는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는 유색인종과 민주당의 해묵은 연결고리를 타파한 정치개혁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일각에서 받기 시작했다. 그는 “변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나 말고 누가 더 잘할 수 있겠나. 내가 바로 그 (변화의)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시어스는 6살 때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다. 10대에 해병대에 합류해 디젤 정비 기술을 배웠고, 21세에 미혼모가 됐다. 1998년 대선 유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복지 토론을 본 뒤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공화당 지지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치에는 12년 넘게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야 발을 들였다. 그는 정신 질환을 앓던 딸 양육에 가장 애정을 쏟았지만, 2012년 교통사고로 딸을 잃었다.

개인적인 아픔을 뒤로하고 공직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유색인종에 대한 공화당의 무관심이었다. 그는 “공화당은 흑인 유권자와 민주당 간 해묵은 유대관계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난 그냥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고 ‘아 또 지겠구나’ 생각했다. (공화당에선) 아무도 여성과 이민자, 아시아인이나 라틴계, 흑인과 같은 다양한 집단과 접촉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동료 설득이 관건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오른쪽)과 16일 이야기 나누는 윈섬 시어스. AP=연합뉴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오른쪽)과 16일 이야기 나누는 윈섬 시어스. AP=연합뉴스

그는 낙태와 총기 규제 등의 문제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보수적이다. 여성의 낙태 권한을 확대한 민주당의 낙태 정책을 “사악하다”고 비난하고, “총기 규제가 범죄를 막아주진 않는다”며 총기 규제에 반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도 반대하는 그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선 “백신 접종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 재선을 위한 흑인들’ 모임을 이끌었다.

일각에선 그의 부상을 두고 “어느 정도 예상된 공화당의 승리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 주지사 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흑인이 민주당의 테리 매컬리프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긴 했지만, 2020 대선에 비해선 흑인뿐 아니라 아시아와 라틴계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공화당 후보였기 때문에 당선됐다는 주장이다.

관건은 시어스가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이다. 부지사들은 대부분 주지사에 출마한다는 점에서 중앙 정치에 이름을 알릴 발판은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흑인 정치 운동가이자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전 부시장인 웨스 벨라미는 “우리는 특정 정당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며 “시어스가 흑인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공화당 동료들을 설득해내기만 한다면 그는 (흑인 정치의) 보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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