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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사 '생계 거짓말'에도 음주면허취소 감경한 권익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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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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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일부 음주운전 면허취소 처분에 대한 감경 기준을 정해진 것보다 느슨하게 적용해 감경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감사원은 권익위 정기감사를 통해 음주운전 면허취소 행정심판 사건에 대한 감경 검토가 부적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운전이 중요한 생계수단이거나 취소처분 개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면허취소를 면허정지로 감경할 수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무사고 운전 기간만 충족하면 감경 대상으로 선정해 행정심판위원회에 보고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에 설치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음주운전자가 제기한 행정심판 청구를 담당한다.

운전면허 취소처분 사건은 중앙행정심판위원 4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심리·재결한다. 이 과정에서 소위원회는 권익위가 인용, 일부인용(감경), 기각, 각하 등 취소처분 사건에 관한 판단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근거로 결정을 내린다.

권익위는 개별·구체적 사정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해 감경 대상으로 검토하면서 행정심판위 위원들에게는 청구인이 제출한 청구서 및 관련 증빙자료도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권익위가 감경 대상으로 검토한 사건 6579건 중 재결된 사건이 6574건으로 99.9%에 달했다.

실제 해당 기간 면허취소에서 처분이 감경된 6574건 중에는 운전과 생계와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려운 공공기관 직원, 교사, 대학교수, 의사 등이 231명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앞으로도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청구인이 고의로 청구서에 직업·소득 등을 거짓으로 기재하여 같은 문제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권익위 위원장에게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 기준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요구하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청구인이 주장한 직업·소득 등을 확인·검증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이번 감사를 통해 권익위 직원이 행동강령으로 금지돼 있는 ‘외부강의’ 사례금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권익위 공무원 행동강령 제20조 제1항과 제6항에 따르면 소속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요청받은 강의·강연·기고 등을 할 때는 강의료, 원고료 등 일체의 사례금을 받을 수 없다. 사례금을 받으면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권익위 소속 직원 B씨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7차례에 걸쳐 외부강의를 하고 약 240만원의 사례금을 받았다. 또 권익위 직원 C씨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16년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직무 관련 외부강의를 하고 사례금 22만원을 지급 받은 뒤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권익위 위원장에게 사전 신고나 부서장 허가 없이 직무 관련 외부강의를 하고 사례금을 지급받은 2명에 대해 위반행위의 정도 등을 고려해 징계를 비롯한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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