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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쌀 먹고 중국인 뺨 때렸다" 뿔난 中, 월마트 불매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에는 올해 1월 말 기준 434곳의 월마트와 자회사 샘스클럽 매장이 있다. 총 매장 면적으로 따지면 멕시코에 이어 해외 매장 가운데 규모가 두번째로 큰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월마트 홈페이지]

중국에는 올해 1월 말 기준 434곳의 월마트와 자회사 샘스클럽 매장이 있다. 총 매장 면적으로 따지면 멕시코에 이어 해외 매장 가운데 규모가 두번째로 큰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월마트 홈페이지]

미국의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제재 여파로 미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가 중국 내에서 보이콧(불매 운동)의 위기에 몰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월마트와 자회사 샘스클럽 등 같은 계열 마트의 홈페이지에서 위구르산 대추야자ㆍ사과 등이 사라졌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신장 위구르산 과일·공산품을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내 월마트가 이에 동조했다는 취지다.

분노한 중국 네티즌들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샘스 클럽에 대해 “회원권을 취소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고, “월마트 매장을 보이콧하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월마트가 중국산 쌀을 먹고 (중국인들의) 뺨을 때리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 1996년 중국에 진출한 월마트는 올해 1월 말 기준 중국 내 434곳의 월마트ㆍ샘스 클럽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매장으로는 멕시코(약 2600곳)에 이은 두 번째 시장이라고 한다.

WSJ은 “월마트에 대한 반발은 과거 중국 내 민족주의적 보이콧과 유사한 플레이북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ㆍ共靑團) 등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 소셜미디어 계정들이 소비자들에게 월마트 매장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을 조성하고, 관영 매체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 확대 보도하는 식이라면서다.

앞서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24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샘스클럽에서 신장 제품의 판매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왜 진열대에서 신장 제품을 치웠느냐”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법을 따르거나 떠나야 한다”며 항의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격앙된 반응이 실렸다. 신장 특산품인 하미과 멜론이 이제는 중국 남부 하이난 섬에서 공급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WSJ은 이날 보도에서 “(중국 측 주장과 달리)25일 베이징의 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한 월마트 코너에는 여전히 신장산 대추야자가 진열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에 23일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신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강제 노역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 하는 한, 이 지역에서 난 상품을 미국에 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 의회와 정부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과 이슬람 커뮤니티의 인권을 탄압하고, 강제적인 인구 조절 정책을 통해 ‘집단학살(genocide)’을 자행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인 조작을 하고 중국을 경제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며 “신장의 강제노동ㆍ대량학살 주장은 반중 세력이 부추긴 사악한 거짓말”이라고 맞받았다.

신장 지역의 주요 생산품은 면화와 폴리실리콘 등이다. 신장은 중국의 최대 면화 생산지로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농산물로는 멜론ㆍ붉은 대추야자ㆍ포도 등이 주력 상품이다.

미·중 갈등에 다국적 기업 ‘뭇매’

2019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인텔 부스를 찾았다. [AP=연합뉴스]

2019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인텔 부스를 찾았다. [AP=연합뉴스]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ㆍ중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신장 지역은 중국 내 다국적 기업들에 지정학적ㆍ윤리적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이달 들어 반도체 기업 인텔은 “우리 공급망이 신장 지역의 노동력이나 공급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서한을 공급 업체들에 보냈다가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인텔의 중국 모델이자 아이돌 스타인 TF보이즈의 왕쥔카이(王俊凯)가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브랜드 대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장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오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14개 글로벌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미 정부가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국제 인권단체들이 인텔 측에 올림픽 후원사에서 철수하라고 압박하는 등 난감한 처지가 됐다.

스웨덴 소재 의류 브랜드인 에이치앤엠(H&M), 미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 등도 중국 대중에게 분노의 표적이 되고 있다. H&M은 상반기 “신장에서 나는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중국 내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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