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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위스키 주세요” 취기 빌어 아버지 만나려는 ‘거리의 여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50)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1905~1990). 할리우드 영화계를 주름잡은 스웨덴 출신 여자 배우다. 1931년 영화 ‘마타 하리(Mata Hari)’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자신만의 패션과 메이크업 스타일로 유명했다. 모자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여유 있는 트렌치코트 스타일과 눈썹을 길게 그린 그녀만의 메이크업. 이 메이크업 스타일은 국가 자격증 ‘시대 메이크업’ 실기 과정에 포함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1905~1990). [사진 Pixabay]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 1905~1990). [사진 Pixabay]

그레타 가르보가 처음으로 ‘토키(talkie : 발성영화)’에 출연한 작품이 ‘안나 크리스티(Anna Christie)’다. 주인공 안나 크리스티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레타 가르보는 발성영화 세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무성영화 시절, 그녀의 외모만으로 목소리를 상상하던 관객에게 전한 첫 대사는 바로 위스키였다.

영화 '안나 크리스티'의 주연, 그레타 가르보. 뉴욕의 어느 바에 들어서는 장면. [사진 Youtube '워너아카이브’ 캡처]

영화 '안나 크리스티'의 주연, 그레타 가르보. 뉴욕의 어느 바에 들어서는 장면. [사진 Youtube '워너아카이브’ 캡처]

선원인 아버지가 딸을 보살필 재간이 없어 친척에게 맡긴 지도 오랜 세월이 지났다. 어느덧 노인이 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딸. 밝고 예쁜 모습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거리에서 몸을 팔던 그녀는 심경이 복잡해진다. 맘을 달래고자 바에 들어가 바텐더에게 건네는 한 마디. “위스키 주세요. 진저에일도 같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위스키를 달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주문한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켜고 옆 테이블의 나이 든 여성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 뒤, 같은 위스키를 주문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한입에 위스키를 털어 넣는다. 성인이 되어 처음 아버지를 만난다는 긴장감과 자신의 부정함을 위스키로 이겨내려는 걸까. 취기가 오르면서 흐트러지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위스키 한 잔이 주는 ‘취기의 안락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뉴욕의 어느 바에서 위스키를 원샷하는 안나 크리스티 역의 가르보. [사진 Youtube '워너아카이브’ 캡쳐]

뉴욕의 어느 바에서 위스키를 원샷하는 안나 크리스티 역의 가르보. [사진 Youtube '워너아카이브’ 캡쳐]

한 잔의 위스키를 마시면 곧바로 몸속이 따뜻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위스키 한 잔으로 무언가를 이겨내고 있다. 언젠가 영화의 무대였던 뉴욕의 바에 가서 “위스키 주세요. 진저에일도 같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나 크리스티만큼은 아니라도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상태라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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