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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무간지옥'…2022년 정경심 상고심이 종지부 찍을까 [法ON 스페셜 2021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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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2019년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 소식과 함께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는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혹에서 수사로, 기소와 재판으로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 6월 책『조국의 시간: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졌다”며 뜨거운 불길로 끊임 없이 고통받는 무간지옥에 빗대 그간의 나날을 항변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法ON]은 2021년 한 해 법원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사건을 되돌아본다. 그 네 번째 순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 및 관련자들이 받은 재판이다. 이른바 '조국 일가 재판'을 피고인별로 짚어본다.

① 조국·정경심 피고인 자녀 입시비리

이른바 조국 부부 자녀 입시비리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정경심 교수는 올해 8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받고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며 복역 중이다. 입시 비리 혐의는 지난해 12월 1심과 동일한 전부 유죄였다. 정 교수는 딸 조민씨의 ‘7대 허위 스펙’을 만들고 이를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제출해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정 교수가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로 위조하고, 단국대·공주대·KIST 인턴 확인서는 관련 연구나 실험 참여 없이 허위의 인턴확인서를 발급받았다는 혐의다. 1·2심은 정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인정하며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과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허위 발급은 조 전 장관과 공모했다는 판단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1-1부가 심리 중인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이 이 공모 부분을 심리한다. 부부가 공동 피고인으로서 아들 관련 입시비리와 정 교수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이 공범으로 판단 받은 딸 입시비리 부분을 함께 심리한다. 지난 24일 재판부가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힌 부분이 정 교수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사휴게실 PC에서는 동양대 표창장 관련 직인 파일 등과 아쿠아팰리스호텔 관련 서류, 서울대 인턴확인서 등이 발견됐고 앞선 정 교수의 1·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정 교수의 1심은 지난해 12월 23일 강사휴게실PC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변호인들의 주장에 “PC가 위법수집증거라 하더라도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동양대 총장이 표창장을 발급하거나 재발급을 승낙한 적이 없고, 표창장 기재 사항이 총장 명의 다른 상장과 현저히 다른 점, 표창장 직인이 프린터로 인쇄됐고, 이는 아들 상장의 직인을 캡쳐해 좌우 길이를 늘린 것과 일치하는 점, 표창장 원본과 사진 파일을 모두 분실했다는 정 교수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점을 모두 종합한 결과다.

다만 당시 재판부는 동양대 표창장 외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PC관련 증거를 제외하고도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측이 지난 24일 재판부 증거 배제 판단을 토대로 다시 다퉈볼 여지가 큰 셈이다. 정 교수 측은 조국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입시비리뿐 아니라 공직자윤리법 등 사모펀드 관련 혐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② 5촌 조카 조범동 피고인의 사모펀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조 전 장관 부부를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은 이미 형을 확정받았거나 상고심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운용사 코링크PE의 대표이자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올해 6월 징역 4년의 형이 확정돼 수감중이다. 조국 일가 사건 중 처음으로 나온 대법원 확정판결이다. 법원은 조씨가 무자본 인수·합병 등 ‘기업사냥꾼’ 활동으로 과도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다수 회사에 조직적·계획적·반복적 횡령·배임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조씨와 정 교수의 공모관계는 대부분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정 교수 및 동생이 투자수익을 감출 요량으로 조씨와 허위컨설팅계약을 맺고 10억원을 건넨 뒤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860여만원을 받았다고 봤다. 조씨 재판부는 정 교수 측에 전달된 수수료 중 일부는 횡령으로 인정했지만, 정 교수와의 공모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컨설팅이 없었고,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더라도 정 교수 측은 이를 단지 투자수익 정도로 생각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10억원이 투자인지 대여인지에 대한 판단은 조 전 장관 재판에서 진행 중인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에서 다시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

③ 조국 동생 조권 피고인의 웅동학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연합뉴스

웅동학원 채용비리와 웅동학원 상대 위장소송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받고 법정구속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권씨는 30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았다가 2심에서 3년으로 형량이 3배나 늘어난 건 웅동학원 상대 위장 소송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동생 조씨는 2006년 10월, 10년 전 일인 1996년 웅동중학교 이전 공사 관련 가짜 하도급 계약서와 채권양도계약서 등을 토대로 웅동학원에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17년까지 94억원 상당의 웅동학원 채권을 확보한다. 웅동학원은 조 전 장관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던 사학재단으로 동생 조씨가 ‘셀프소송’을 벌였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1심은 위장소송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지만 2심은 위장소송에 사용된 하도급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10년 전 공사 당시 작성된 계약서에 찍힌 도장과 다르고, 조씨 사무실에서 부친 필적이 적힌 ‘위조 연습계약서’가 발견됐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웅동중 사회 교사 채용 때 지원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겨준 혐의는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은 동생의 채용비리만 인정한 1심 판결 뒤인 지난 6월 자신의 책에서 “동생이 형 때문에 과도하게 혹독한 고초를 겪는다”며 검찰의 표적 수사 탓에 동생이 더 큰 죗값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약 2개월 뒤인 8월 항소심은 1심보다 더 많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④ 자산관리인 김경록 피고인의 증거은닉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 PC 및 자택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숨겨준 자산관리사 김경록씨도 지난 7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받았다. 2019년 8월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정 교수는 김씨를 불러 새로 구입한 하드디스크로 자택 컴퓨터 2대의 저장장치를 교체시켰다. 또 주말에 김씨를 부른 정 교수는 함께 경북 영주의 동양대로 내려간 뒤 교수 연구실에 있던 자신의 컴퓨터를 들고 나왔다. 김씨는 정 교수 지시에 따라 이를 서울로 옮기고 하드디스크와 컴퓨터 본체를 숨겨뒀다. 김씨는 이 저장장치들을 자신의 피트니스클럽 사물함 등에 보관하다 검찰의 추궁을 받자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1·2심은 김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김씨가 VIP 고객이던 정 교수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점을 참작했다.

김씨가 숨긴 하드디스크에서도 정 교수 사건의 주요 증거들이 나왔다. 조 전 장관 측은 김씨가 임의제출한 저장장치 역시 정 교수가 소유자였으므로 정 교수 참관 없는 포렌식은 위법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포렌식 때 보관자인 김씨의 참관 의사가 반영됐으므로 문제없다고 반박했지만, 조 전 장관 1심 재판부는 변호인 측 주장을 일단 받아들였다.

김씨는 판결 확정 뒤 그간의 이야기를 담은 『그렇게 피의자가 된다』라는 책을 내고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강압과 회유를 당했다며 진정을 접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2022년 법원은 ‘조국 사건’ 모두 일단락 지을까

다수 피고인이 연루된 조국 일가 재판과 그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수사한 수사팀이 실소유주를 제대로 수사 않고 편향수사를 했다는 민원을 조사한 뒤 지난달 무혐의 처분했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법무법인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줬다는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의원의 항소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물론 가장 큰 이목이 쏠리는 건 정 교수의 상고심 결과다.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 항소심 판결 당시 상고심 구속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2월쯤에는 상고심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이 앞선 1·2심을 뒤집는 결과를 받을지, 징역 4년의 형을 그대로 확정받을지는 조국 전 장관 본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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