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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발전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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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천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이론 물리학자였지만, 그의 아버지 헤르만 아인슈타인과 삼촌 야콥 아인슈타인 역시 과학기술에 조예가 깊었다. 두 사람은 전기에 관한 이해가 뛰어나 독일 뮌헨에서 전기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를 만들었고, 이탈리아로 이주한 후에는 밀라노 남부 지역에 수력발전소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 알베르트가 10대 후반이었다.

헤르만 아인슈타인의 수력발전소는 문을 닫은 지 오래지만 오래된 건물을 함부로 허물지 못하게 하는 이탈리아의 엄격한 법 때문에 건물과 내부 설비가 대부분 멀쩡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의 한 사업가 부부가 이 발전소를 사들여서 수력발전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설비이지만 1960년대 초까지도 전기를 생산했을 뿐 아니라, 최신 수력발전 설비 대비 95%의 효율을 보이고 있어서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부부는 어떤 사람들이고 왜 수력발전을 하려는 걸까. 이들은 로마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AI분야는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해서 전기 소모량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세계 전기 소모량의 0.5%가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장차 AI가 필요로 할 전기의 양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15년 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그 이후부터는 매년 투자비의 10%에 달하는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천연자원뿐 아니라 오래된 시설까지 재활용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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