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문학적 상상력 갖춘 빅데이터·AI 전문가 키우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총장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20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도시 빅데이터 특성화로 대학의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20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도시 빅데이터 특성화로 대학의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지난 몇 년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중요성에 대해 노래를 부르고 다녔죠.”

서울시립대는 이름대로 도시 과학에 집중해온 대학이다. 올해로 취임 3년 차인 서순탁(62) 서울시립대 총장도 도시 과학 전문가다. 그는 총장이 되기 전부터 빅데이터와 AI가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9년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그는 ‘도시과학 빅데이터·AI연구소 설립’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대학은 특성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게 서 총장의 생각이다. 그에게 서울시립대의 특성화 전략을 들어봤다.

빅데이터·AI에 집중하는 이유는.
“빅데이터와 AI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 진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될 분야다. 시립대는 1996년 국내 최초로 도시과학대학을 설립할 때부터 도시와 관련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해왔다. 또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립대학인만큼 서울시가 가진 보건, 의료,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공 빅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이야말로 도시 빅데이터 연구에 적합한 대학이라고 생각해 빅데이터·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시립대만의 강점이 있나.
“빅데이터·AI 전공 교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논의하는 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 또 방대한 공공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대학원생들도 데이터를 다루는 데 익숙하다. ‘데이터는 많을수록 달라진다’는게 내 신조다. 여러 전문가가 방대한 데이터를 이렇게 결합해 보고, 저렇게 분석하다 보니 연구 역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데이터를 결합하고 활용할지는 상상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위한 교육도 비중 있게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 있나
“교양 교육과 비교과 체험 활동을 강조한다. 서울 은평구에 제2캠퍼스를 추진 중인데, 개교에 맞춰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양대학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문 교양 교육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접목한 과목 같은 것이다. 또 비교과 체험 활동으로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탐사 활동을 지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로도 많이 보냈는데, 지금은 4박 5일 일정으로 학생 스스로 도시재생, 문화, 관광 등 주제를 정해 탐방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주고 있다. 공부만 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도시과학의 ‘수출’에도 관심이 많다고.
“우리 대학의 국제도시과학 대학원의 외국 학생 선호도가 매우 높다. 서울이 도시화 문제를 극복하고 성공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외국 지도자들도 우리 대학을 선호한다. 또 취임 초기부터 몽골캠퍼스를 추진했다. 도시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몽골 정부에서도 크게 환영하며 우리의 도시과학 노하우를 전수받으려고 한다.”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가 발행하는 ‘도시과학국제저널(IJUS)’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회과학 분야 학술지 목록인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에 등재됐다. 아시아권에서 유일한 국토·도시분야 SSCI 학술지다. 서 총장은 대학이 논문의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이 연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학교육과 연구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논문의 양으로 대학으로 평가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논문을 위한 논문, 특허를 위한 특허가 아니라 실생활과 연계되는 실용적인 연구를 해야 할 때다. 또 논문도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논문을 썼는지 평가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시립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 대학은 도시과학에초점을 둔 대학이라 공대 규모가 적은 편이다. 의대도 없다. 그러다 보니 논문 양이 적어 연구 성과가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교수 개개인의 성과로 보면 우리 대학의 연구력은 매우 우수하다. 이런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내년에는 우리 대학이 중심이 돼 국제적인 빅데이터 연구 기관들과 함께 성과 공유마당을 열어볼 생각이다.”
임기가 이제 1년 남았는데.
“취임할 때 약속했던 공약은 예상보다 많이 달성했다고 자평한다. 이제 1년 정도 남아 마무리하고 내려갈 준비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마무리가 아니라 오히려 전투를 앞둔 심정이다. 대학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결국 대학의 키워드는 교육의 혁신과 연구 경쟁력의 강화다.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대도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특성화 대학으로 거듭나고,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적 소양을 겸비한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서순탁 총장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도시행정학 석사·영국 뉴캐슬대(Newcastle University)에서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도시과학대학장 등을 거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한국도시행정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