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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담배도 않던 아들…” 6명에 새 생명 주고 하늘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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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윤성호

윤성호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환자 6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상태에 있던 윤성호(39·사진)씨가 지난 21일 부산대병원에서 폐, 간, 췌장, 양쪽 신장, 오른쪽 안구와 이 밖의 조직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27일 밝혔다.

경남 거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윤씨는 얼마 전 갑작스럽게 두통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퇴원을 하루 앞두고 뇌출혈이 발생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가족은 의료진과 면담을 통해 뇌사상태에서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 윤종규씨는 “한 줌의 재가 되느니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면 세상을 떠나는 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며 “술, 담배를 하지 않았던 아들이기에 (장기를) 받으시는 분들이 건강을 잘 회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단 두, 세 사람에게라도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아버지의 기대를 넘어 윤씨는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렸고, 조직기증으로 10여 명의 사람에게 희망을 전해줬다.

윤씨는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을 맡는 등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아버지 윤종규씨는 “20년 동안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며 넉넉지 못한 형편에 제대로 가르칠 여유가 없었는데도 아들은 공부며, 인간관계며 스스로 알아서 잘해줬다”며 “신이 나에게 훌륭한 자식을 주셨는데 끝까지 지키지 못해 면목이 없다.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윤씨의 장례식은 27일 강원도 속초의 가족 장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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