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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종 개미 발견...'사회생물학의 아버지' 에드워드 윌슨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지난 10월 21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렉싱턴에서 초상화를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지난 10월 21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렉싱턴에서 초상화를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의 찰스 다윈'으로 평가받는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2세.

27일 '에드워드 윌슨 생명 다양성 재단'은 성명을 통해 윌슨 교수가 메사추세츠주 벌링턴에서 전날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재단은 "자연 연구에 평생을 바친 윌슨 교수는 현대사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자로 인정받았으며, 우리에게 자연을 보살피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밝혔다. 사인은 따로 덧붙이지 않았다.

윌슨은 '생물다양성'이란 단어를 만들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 관점에서 설명하는 '사회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929년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난 윌슨 교수는 어릴 적부터 곤충에 관심을 키웠다. 그중에서도 개미에 심취했던 그는 1955년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거듭났다.

하버드대에서 70년 동안 동물행동학 교수로 재직하며 400종 이상의 개미를 발견했고, 개미가 페로몬이라는 화학 물질을 통해 의사소통한다는 사실도 윌슨 교수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1950년대 주류파였던 분자생물학이 아닌 '진화생물학'을 선택해 주목받기도 했다.

1975년 펴낸『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은 과학자들로부터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동물의 사회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했지만, 동료들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학습이나 환경이 아닌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오해했다.

이로 인해 윌슨은 1978년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 회의장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과 함께 얼음물 세례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하지만 윌슨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도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생물학적 원리로 설명하는 연구를 이어가며『인간 본성에 대하여』와 『개미』(공저)를 펴냈다. 그는 이 책들로 1979년과 1991년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WP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인간 본성에서 일정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윌슨은 학문 경계를 넘나드는 탐구 방식을 이어나가 1998년 인문·자연과학의 통합을 시도한 『통섭:지식의 대통합』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서로 다른 것을 한 데 묶어서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는 '통섭'(consilience) 개념을 제시했다.

강단에서 물러난 후, 윌슨은 재단을 설립해 지구의 육지와 바다 절반을 보존해야한다는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를 펼쳤다. 이는 1000만 년 동안 유례없는 속도로 종(種)이 멸종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WP는 "윌슨은 거대한 것에서부터 아주 작은 것까지 자연에 대한 열정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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