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하위 3개팀 태평양·롯데·OB|코칭 스태프 물갈이로 "재정비"

중앙일보

입력 1990.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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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태평양·롯데·OB
프로야구 90년 시즌 페넌트 레이스에서 졸지에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해버린 3팀은 해마다 하위팀들이 겪는 감독등 코칭스태프의 인책 소동에 휘말려 있다.
최 하위팀 OB가 시즌 도중 자율야구를 포기하면서 이광환 감독을 전적 교체하더니 롯데도 이에 질세라 김진영 감독을 도위창 대행체제로 바꿔 시즌을 마무리했다.
롯데·OB가 성적부진에 따른 인책사임이었다면 태평양의 감독 이동설은 또 다른 갈등이 빚어낸 소산이다. 89년 만년 꼴찌팀 태평양을 일약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올려놓았던 김성근 감독은 절묘한 투수 조련술, 악착같은 승부근성, 투철한 직업의식 등으로 프로최고의 승부사란 각광까지 한 몸에 받은 터였다.
그러나 올 들어 김 감독은 지난해와 같은 악착같은 승부를 필치지 못했다.
그 이유로는 시즌전 고참 투수인 임호균의 방출문제를 놓고 구단최고책임자와 감정싸움을 벌인 끝에 각서까지 교환하는 등 앙금이 남아 승부에 의욕을 잃게 됐다는 뒷얘기다.
그러나 태평양은 올 시즌 5할 승률을 목표로 4위에 턱걸이한다는 전략을 세워 승률0.496(58승59패3무)을 마크, 근접된 성과를 얻었으나LG태풍과 OB·롯데의 상대적 열세로 5위에 처지고 말았다는 자체분석이다.
따라서 태평양은 지난 시즌보다 투수력에서 약간의 구멍이 있었으나 고참 양상문(11승9패)이 이를 받쳤고 공격력에서도 초반 신인 김동기가 부진, 차질을 빚었으나 역시 신인 김경기의 눈부신 활약(0.285, 홈런10개)으로 메워 그만하면 작년과 다를바 없는 성적을 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면 5위에서 꼴찌로 몰락한 OB는 어떤가.
한마디로 김성근 야구에 길든 OB팬들에게 갑작스럽게 미국식 자율야구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원인.
OB는 지금까지 김영덕 김성근으로 이어진 재일 교포 감독들의 일본 스타일인 철저한 관리야구에 길들여져 왔다.
호쾌한 힘의 야구보다 치면서 달리고, 기습번트에다 의표를 찌르는 투수기용 등 작전의 야구, 잔 재주의 야구에 익숙해왔고 선수 층도 감독들의 취향에 맞는 재능을 갖춰야만 베스트나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광환 감독이 취임하면서 힘있는 타자가 우대되고 정통과 강속구 투수가 대접받는 풍토로 바뀌었다.
거기다 OB의 장래를 위해 2∼3년생을 주축으로 한 유망주들이 대거 기용되자 은퇴를 앞둔 고참선수들이 불안을 느끼기 시작, 팀웍에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OB는 타력의 부진을 메우기 위해 타자출신 감독인 박영길씨와 아마야구시절 호랑이로 통한 강태정 전청보 감독 등을 신임 코칭스태프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감독·강 코치가 일본식야구와 미국식야구가 혼재, 갈등 속에 있는 OB의 팀 컬러를 개성적으로 바꿔나갈 적임자일지는 미지수.
한편 1억5천만원의 최고대우로 박동희를 데려온 롯데는 악바리로 통하는 김진영 감독을 사령탑으로 세워놓고 초반 한때 상위권을 질주, 부산의 열성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김감독은 팀간 순위다툼이 치열해지자 당초 구상과는 달리 중반이후부터 서서히 등판시키겠다던 박동희를 선발·마무리등에 마구잡이로 투입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정작 승부처인 후반기 이후부터 힘을 쓰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 결과 롯데마운드는 김청수(11승12패)라는 유망주를 발굴해 놓고도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부상에 시달리게 만들면서 전체 방어율이 4.44(6위)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타격에서도 롯데는 투수출신인 김응국을 발굴, 주포 김민호와 중심타선을 엮어 제법 위력적인 좌대포를 구축했으나 상·하위타선의 기복이 큰데다 고질적인 베이스러닝 미숙으로 득점력에서는 최하위(4백53점)를 기록하는 맥빠진 공격을 보였다.
따라서 롯데는 박동희·윤학길·김시진·김청수의 재능을 1백% 살릴 수 있는 동계훈련, 투수로테이션, 무기개발 등에 주력하고 발빠른 신인선수들로 타선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감독·코치를 영입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롯데는 지난 9월부터 태평양 김성근 감독과 꾸준히 접촉, 영입을 타진해 왔으며 덕장으로 꼽히는 빙그레 강병철 코치 감독영입도 병행시켜봤다.
올 시즌 경험으로 보아 감독에 따라 7개구단 각 팀의 컬러가 확연히 구별된 점에 비춰 롯데도 새 감독에 따라 분위기·선수기용폭 등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프런트가 롯데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 이를 보완해갈 수 있는 감독의 선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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