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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반지의 제왕' 숲의 정령 만들었던 디자이너 "상상력이 무기"

중앙일보

입력

'반지의 제왕' 시리즈 1편 '반지 원정대'가 올해로 개봉 20주년을 맞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반지의 제왕' 시리즈 1편 '반지 원정대'가 올해로 개봉 20주년을 맞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판타지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영국 작가 J R R 톨킨이 소설 『반지의 제왕』(1954∼55)에서 펼쳐낸 신화와 마법의 세계(중간계)는 뉴질랜드 괴짜 감독 피터 잭슨에 의해 3부작 영화로 만들어져 2001년부터 매해 한 편씩 선보였다. 한국에서도 1편 ‘반지원정대’가 2001년 12월 31일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뉴질랜드 특수효과 회사 웨타 워크숍 #'반지의 제왕' 디자이너 다니엘 팔코너

호빗족 ‘프로도’가 마법사 ‘간달프’, 엘프 ‘레골라스’, 인간 전사 ‘아라곤’ 등과 힘을 합쳐 모든 힘을 지배할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떠나는 모험기는 원작 속 상상을 그대로 뽑아낸 듯 정교했다. 이 시리즈가 판타지 장르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특수 효과를 맡은 뉴질랜드 업체 ‘웨타 워크숍’의 다니엘 팔코너(46) 아트 디렉터는 8일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돌이켰다.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 콘셉트 디자이너로 참여한 특수 효과 업체 웨타 워크숍의 다니엘 팔코너.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 콘셉트 디자이너로 참여한 특수 효과 업체 웨타 워크숍의 다니엘 팔코너.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첫 번째 목표는 피터 잭슨 감독이 의도한 비전에 맞는 그림을 뽑아내는 것, 둘째는 원작 소설의 독자가 상상했던 것을 만족하게 할 것, 셋째는 원작을 안 읽은 사람도 영화를 보고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었다. 책임감의 무게가 굉장했다.”

봉준호의 한강 괴물 함께 만든 웨타 워크숍

뉴질랜드 웰링턴에 본사를 둔 웨타 워크숍은 피터 잭슨 감독이 1989년 잔혹 인형극 ‘미트 더 피블스’를 만들기 위해 친구인 아트 디렉터 리처드 테일러와 공동 설립한 회사. 잭슨 감독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후속작 ‘호빗’, ‘킹콩’에 더해 ‘아바타’ ‘나니아 연대기’ ‘혹성탈출’ 등 할리우드 SF‧판타지 대작의 특수 효과를 맡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높여왔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 속 한강 괴물을 함께 만든 곳도 웨타 워크숍이다.

'반지의 제왕' 제작 당시 다니엘 팔코너가 숲의 정령 '나무 수염' 모형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반지의 제왕' 제작 당시 다니엘 팔코너가 숲의 정령 '나무 수염' 모형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올해로 입사 25년 차인 팔코너 아트 디렉터는 미대 졸업 직후 웨타 워크숍 영화부에 합류, ‘반지의 제왕’ 당시 콘셉트 디자이너로서 무기와 갑옷, 특수 디자인을 맡았다. 현재는 아트 디렉터로서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담은 미니어처 제품 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는 웨타 워크숍에 대해 “처음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였다. 저도 대학을 갓 나온 애송이였지만 상상력을 무기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곳이라 생각해 입사했다”면서 “어렵고 야심찬 작업을 함께 헤쳐나간 끈끈한 팀워크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25년 전 영화부는 열댓 명 정도였다. 경력도 많지 않았다. 할리우드나 다른 영화들은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랐기에 기존에는 보지 못한 우리만의 기법을 만들어갔다. 관련 책을 보며 ‘반지의 제왕’ 갑옷과 무기 체계를 새롭게 고민했고 칼 만드는 장인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최고 캐릭터 '나무 수염' 뉴질랜드 자연에 영감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뿌듯한 작업물로 그는 팡고른 숲의 거대 정령 ‘나무 수염’을 꼽았다. “12살 때 원작소설을 읽고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다. 직접 스케치해 피터 잭슨에게 보여주니 바로 그거라고 하더라”며 “뉴질랜드의 울창한 숲속을 산책하며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의 성공 비결을 “원작 이야기의 강렬함과 진정성을 그대로 살린 것”이라며 이를 잘 담아낸 잭슨 감독의 또 다른 회사 ‘웨타 디지털’의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해 “그저 놀라웠다”고 했다.

'반지의 제왕' 제작 당시 다니엘 팔코너가 숲의 정령 '나무 수염' 모형을 작업하고 있다.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반지의 제왕' 제작 당시 다니엘 팔코너가 숲의 정령 '나무 수염' 모형을 작업하고 있다.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반지의 제왕' 영화 제작 당시 곤도르 왕국의 군인 콘셉트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있는 다니엘 팔코너의 모습이다.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반지의 제왕' 영화 제작 당시 곤도르 왕국의 군인 콘셉트 디자인을 스케치하고 있는 다니엘 팔코너의 모습이다.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의 촬영 무대가 된 뉴질랜드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관광 명소로 부상시켰다. 호주 매체 ‘트레블러’는 지난 10일 ‘반지의 제왕’ 20주년 기사에서 “1편 개봉 후 5년간 뉴질랜드를 찾는 여행객은 40%나 증가했다”면서 “지금도 여행객 5명 중 1명(코로나19 직전)은 여전히 ‘반지의 제왕’ 때문에 온다”고 짚었다. 내년께 미국 메이저 OTT ‘HBO맥스’에서 출시되는 ‘반지의 제왕’ 세계관 기반 드라마도 지난 8월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마친 터. 현실 속 ‘중간계’를 찾는 발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웨타 워크숍은 한국 내 ‘반지의 제왕’ 흥행에 힘입어 2015년 경기도 광명동굴에 41m 길이의 대형 용 조형물을 제작‧설치하기도 했다. 2016년엔 리처드 테일러와 다니엘 팔코너가 방한, 광명시와 공동 기획한 강연을 통해 한국의 판타지 영화 학도들을 만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 지어진 영화 반지의 제왕 속 호빗 마을.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뉴질랜드에 지어진 영화 반지의 제왕 속 호빗 마을. [사진 뉴질랜드 관광청]

“어릴 적부터 『반지의 제왕』 덕후”라 자처한 그는 “창밖의 숲을 보며 용이 살 거라고 상상했던 제가 영화 ‘반지의 제왕’을 함께 만들게 됐다”고 했다. 판타지 창작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적재적소에 필요한 기술과 겸손함도 필요하지만 열정과 에너지를 갖고 임하면 누구나 꿈꿀 수 있고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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