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작심한 듯 당을 향해 여러 당부를 쏟아내면서 한 말이었다. “당은 상명하복의 하이어아키(위계)조직이 아니다.(하지만)당원 누구도 당의 공식 결정과 방침에는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 조직이 아니다”, “선거가 얼마남지 않아 비상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다. 모든 당원, 중앙ㆍ지역 선대위 관계자 모두 정권교체 의지를 누구보다 확실히 갖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직접 문제 해결을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면 안 된다. 스스로 한 사람 한 사람이 대선후보란 생각을 해주시길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는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 건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 안팎의 이준석 비판론자들은 "당 대표가 아니라 정치평론가 처럼 행동한다"고 이 대표를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발언도 형식적으론 “모든 당원들”에 대한 당부였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 대표는 21일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고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 뒤 연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나는 윤 후보에게 알랑거리는 정치 안 한다”는 등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선대위 모두발언에서 이례적으로 “경고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자기 나름대로 의견을 피력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발언해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예를 들어 후보가 정책적으로 약속한 걸 자기 생각에 맞지 않다고 해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해서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의 이 대표 관련 질문에 “당 대표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갈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선거를 이기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되는지 스스로 알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또 한 번 국민 기대를 저버리면 국민이 완전히 버릴 수도 있다는 긴박한 생각을 하면 지금 당에 소속된 모든 사람이 내년 대선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했다.
이날 다른 공동선대위원장들도 자리를 비운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은 최근 ‘통합’ 기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들며 “선대위가 지나치게 안이한 거 아닌가. 우리는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선 후보와 당 대표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는 요구도 나왔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당 대표라는 자리는 패널이나 평론가처럼 행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라며 “그런 당 대표가 끊임없이 당내 분란을 야기하고 여당을 향해서는 능수버들처럼 대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 “제갈량 노릇”, “자기만이 세상의 중심이고 가장 옳다는 오만”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제발 가벼운 언행을 버리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즉각 반론을 펼쳤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언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 정보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