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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른 정부, 힘 안겨준 이준석"…정치가 더 망친 젠더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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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서 '여성혐오 반대' 집회(왼쪽)가 열린 가운데 다른 한 켠에서 신남성연대 주최로 '페미니즘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당사 인근에서 '여성혐오 반대' 집회(왼쪽)가 열린 가운데 다른 한 켠에서 신남성연대 주최로 '페미니즘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최근 젠더 갈등이 주된 심화한 이유로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치권의 편가르기식 정책, 낮은 취업률 등 세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중앙일보와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가 전국 20~60대 남녀 2536명에게 젠더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온라인상의 혐오와 원색적 조롱’(38.3%)과 ‘페미니즘·양성평등에 대한 이해 부족’(35.4%)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평등 의식이 높은 젊은 세대의 등장(32.2%)과 정치권의 편가르기식 발언 및 정책(29.6%)을 응답한 이들도 많았다.

①“네가 말하는 페미니즘이 뭔데? 여성 우월주의?”

성차별을 실제로 겪은 적이 있으십니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성차별을 실제로 겪은 적이 있으십니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젠더 갈등이 심화한 첫 번째 이유는 페미니즘과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로 인한 소통의 실패다. 페미니즘을 ‘남혐(남성 혐오)’과 동일시하거나 ‘페미니즘은 나쁘지만, 성 평등은 옳다’는 모순이 여기에서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주체성을 인식하고 남성과 동등한 인권과 시민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페미니스트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거나 우대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소수의 의견을 확장한 일부 유튜버의 자극적이고, 거짓된 선동이 젊은 층의 분노를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는 제대로 된 토론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다양성 또는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기보다 서로 경쟁만 하면서 자란 탓이 크다.

②표에 눈먼 정치권의 ‘갈라치기’ 정책

한국 사회에 젠더 갈등이 심화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사회에 젠더 갈등이 심화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두 번째 원인은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표를 얻기 위해 성별로 편을 나눠 싸움을 부추기고, 극단적인 혐오 세력을 정당하다고 여기게 한다.

신 교수는 “페미니스트는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인데, 정부에서 굳이 ‘여성 우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남성과의 갈등을 유발했다”며 “심지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통해 여성 혐오 세력은 정치판까지 움직이는 힘과 정당성마저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젠더 갈등이 보수·진보에 버금갈 만큼 이념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가부장제 시절 확립된 프레임으로 이념화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 때문에 여성 정책을 주관하는 담당자들조차 향상된 여권 등 현실과 팩트는 외면하고 과거의 틀에서 보고싶은 것만 보려 한다”고 말했다.

③“헬조선에서 못 살겠다…원망의 대상 필요”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실적으론 높은 실업률, 치솟는 집값 등 경제적 어려움이 청년층의 분노를 부추겼다. 최 교수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되지 않으니 남녀 할 것 없이 젊은 층은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다 보니, 상대 성별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전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은 “1020세대는 안정된 직장에 대한 희망이 없이 불안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며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을 비난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공격받겠지만, 젠더 이슈로 비판하면 최소한 같은 성별에겐 이해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어 점점 더 세를 불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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