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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한번에 벤츠 뽑고 이사 간다고? 삼성 '특뽀'의 세계 [삼성연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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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합뉴스]

해마다 연말연시면 삼성맨들은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받는다. 경영 성과에 따라 통장을 두둑하게 해주는 ‘성과급’ 때문이다. 성과급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따라 소속 조직과 개인에 따라 지급하는, 이른바 ‘삼성의 맛’이다.

8년 만에 나온 그룹 차원의 ‘특뽀’  

특히 이달에는 특별격려금(특별보너스)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임직원 11만여 명은 정기급여와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까지 보수를 세 번 받게 됐다. 내년 초에는 사업부에 따라 수천만원의 초과이익성과금(OPI·옛 PS) 지급도 예정돼 있다. 삼성맨들은 이 돈을 어디에 쓸까.

삼성그룹은 지난 24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20개 주요 관계사 임직원에게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 최대 월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임직원을 격려한다는 취지다. 그룹 차원에서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는 건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삼성전자 및 재계]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삼성전자 및 재계]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삼성 보너스의 대표 격이다.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TAI와 OPI, 특별상여금 등으로 나뉜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폴더블폰을 성공시킨 모바일경험(MX) 사업부 등은 특별상여금과 별도로 월 기본급의 100%를 TAI로 받았다. DS 부문에는 내년 초 OPI로 연봉의 50% 수준이 지급될 전망이다.

맘카페에서 가장 빠르게 전파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목돈이라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경기도 수원시나 화성시·용인시 등지에서는 보너스가 나올 때면 ‘먼저’ 동네가 들썩인다.

증권가에서 주로 생성되는 이른바 찌라시(시중 정보지)에 삼성전자 보너스 소식이 등장한 후 지역 온라인 맘카페→언론 보도→인사팀 공식 공지 순으로 보너스 지급 소식이 알려진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지역 맘카페의 관심도가 높다. 삼성 보너스가 개인을 넘어 가정의 관심사라는 얘기다. 삼성전자 간부 A씨는 “주로 (삼성에 다니는) 배우자들이 한두 마디 하는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보너스 소식이 유포돼 (맘카페 정보가) 상당히 정확한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뉴시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뉴시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성과급 공지 시기가 다가오자 해당 지역의 한 맘카페에서 관련 정보를 묻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과거 다른 지역 맘카페에서도 “삼성전자 직원이 성과급으로 대출을 한방에 갚았다더라” “1년치 피부 관리를 결제한다더라” 같은 부러움 섞인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7·12월에 지급되는데 최대 월 기본급의 100%라 보통 수백만원 단위다.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2700만원이었다. 전현직 삼성전자 직원들에 따르면, 이 돈은 주로 가족과 지인에 주는 선물 구입비, 여행 경비 등으로 쓰인다고 한다.

연초에 나오는 OPI는 얘기가 좀 다르다. ‘단위’가 달라서다. OPI는 회사가 목표했던 초과이익의 20% 안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보통 자동차 한 대 값이 되는 목돈이다. 삼성전자 직원 B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성과급이 나올 때면 화성 사업장의 정문·후문에서 자동차 판매사원들이 특판(특별판매) 전단을 나눠주는 풍경이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직증명서 내면 벤츠도 “추가 2% 할인”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본사와 반도체 공장이 있는 수원이나 화성 주변에서 벤츠·BMW·아우디 등 수입차 딜러들이 ‘큰 손’인 삼성 임직원을 위한 프로모션을 펼친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수입차들도 삼성전자 재직증명서를 제시하면 추가 할인을 해줬다. 삼성전자 간부 A씨는 “벤츠는 삼성전자 임직원이면 추가 할인 2%를 적용해줬다”며 “성과급 시즌이 되면 젊은 연차 직원들 사이에서 재직증명서 떼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수입차 관계자는 “매년 초엔 수원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등지의 딜러들이 특별 쇼룸을 설치해 삼성 직원들을 맞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물량이 달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한때 삼성전자 성과급 시즌이 ‘수입차 업계의 대목’과 동의어였다면, 요즘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수입차 공급이 원만하지 못한 것도 이유지만, 다락 같이 오른 집값과 코로나19 사태가 삼성 직원들의 성과급 지출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직원 B씨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주택 마련이 화두가 되면서 요즘엔 성과급을 주로 집값 대출을 갚는 데 쓰는 듯하다”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은 코인이나 주식에 성과급을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온라인상에서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이 2억원으로 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집값 급등, 코로나19로 용도 달라져

지역 상인들의 기대감도 줄었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성과급이 나오는 날이면 직원들이 회사 앞에서 송년회 겸 ‘자축 파티’를 열었지만 최근 정부가 방역수칙을 강화하면서 일상적 회식도 자취를 감춘 탓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도 줄었다. 화성 동탄 지역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C씨는 “삼성 보너스가 예전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를 많이 했지만 올해는 8년 만에 특별보너스가 나온다고 해도 상인들이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대기업 성과급은 부동산 시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현대자동차(울산)·포스코(포항) 같은 비수도권 지역에 사업장이 있는 대기업에서 보너스가 나올 때면 서울 강남의 부동산 업소가 북적인다고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거 삼성전자 보너스가 수원과 화성 등지의 부동산을 움직인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지역 맘카페에는 “이번에 성과급이 나와야 이사를 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C씨는 “요즘은 ‘삼성 효과’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세금 떼면 확 줄어…국세청이 승자”

삼성 직원들은 이맘때가 되면 곤란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열심히 일한 만큼 당연한 보상을 받는 것인데 주변에서 지나치게 관심이 높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소득세와 연금·사회보험료 등을 뗀 나머지라 생각보다 금액이 크지 않다고도 말한다.

삼성 직원 사이에서는 “(세금 이상으로) ‘플러스 알파’를 가져가는 국세청이 삼성 성과급의 진정한 승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실제 성과급 가운데 1월 말 지급하는 OPI는 2월 연말정산 결과까지 반영해 세금을 떼,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삼성전자 직원 D씨는 “세금 등으로 나가는 비율이 전체 성과급의 30%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는 인재 경영과 성과주의를 강조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2001년 ‘PS(Profit Sharing·초과이익 분배금)’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인사와 승진 만이 아니라 임금에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이 체계화된 사례다. 2014년 개인의 고과를 좀더 반영한 OPI로 명칭이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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