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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사과해야" 이렇게 윤석열 설득한 사람은 김건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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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부부의 결심만 남은 상태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개최 배경을 두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를 넘기기 전에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는 데 선대위 내부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결국은 국민 앞에 나서겠다는 김씨의 결단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이 전격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견 개최 시점을 두고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장 적극적인 '사과 파'가 김건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회견은 김씨의 의지에 따라 하루 전날 밤 전격적으로 결정됐다고 복수의 선대위 관계자가 전했다. 김씨 측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자신의 일인만큼 직접 나서 사과하고 싶어했다”며 “다만 제기된 의혹이 15~20년 전 일이라 확인이 필요해 회견 시점이 미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는 아내를 보호하려는 마음에 좀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 주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건희씨였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날 입장문도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김씨가 사과 입장문을 여러날 전부터 준비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며 “윤 후보도 직접 읽어본 뒤 ‘아내가 하고 싶은 의견을 많이 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과 표명 방식을 두곤 여러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SNS에 글을 게시하거나,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문을 배포하는 방법, 언론사 인터뷰, 영상 녹화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됐지만 결국 김씨의 최종 선택은 생방송 기자회견이었다. 그리고 결국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는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결론이 났다. 선대위 주변에선 일문일답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김씨가 언론사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말실수를 하면서 논란을 더 증폭시킨 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를 줄이자는 취지"란 말이 나왔다. 김씨의 기자회견장에 윤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윤 후보와 부인 김씨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고정 지지층 흔들린다"…김종인·김한길의 설득

김씨의 기자회견 성사엔 윤 후보에 대한 선대위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설득 작업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특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위원장 등은 1~2주 전부터 윤 후보에게 “이른 시일 내에 배우자의 직접 의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해서 전달했다고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 악수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의 1차 회의에 참석, 악수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기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윤 후보 지지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날 발표된 서던포스트-CBS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24~25일 조사)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6.6%로, 27.7%의 윤 후보를 8.9%포인트 앞섰다.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특히 선대위에선 야권 우세지역으로 꼽았던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울산ㆍ경남(PK), 충청 지역과 자영업자 등의 지지율 하락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에 윤 후보에게 닥친 악재를 하나씩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김씨의 사과 문제가 꼽혔다고 한다. 선대위 관계자는 “사과를 미뤘을 경우 연말ㆍ신년 여론조사를 통해 윤 후보에 부정적인 조사 수치가 쏟아지고, 이게 고착화되는 게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라며 “선대위에선 사실상 오늘을 사과의 마지노선으로 봤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고정 지지층과 중도ㆍ무당층 표심을 붙잡기 위한 행보도 가속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로, 세대별ㆍ계층별ㆍ지역별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펴겠다”며 “아울러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도록 두툼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 설명하는 ‘공약발표 시리즈’ 1탄이다.

윤 후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융합산업분야 중심의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 ▶세대별 맞춤형 일자리 정책 집행 ▶중소ㆍ중견기업 신산업 진출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복지 재정을 취약계층에 집중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확대 ▶근로장려금(EITC) 확대 ▶국민안심지원제도 확대 개편 등을 공약했다. 윤 후보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27일 김민전 경희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18ㆍ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김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도 안 후보를 좋아하지만 안 후보와 윤 후보가 힘을 합쳐 좀 더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루길 바란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朴 관계설정·당내 갈등은 숙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가 결정된 가운데 26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 한 횡단보도에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가 결정된 가운데 26일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 한 횡단보도에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인한 관계 설정, 이준석 당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간의 설전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은 윤 후보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특히 선대위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의 수사에 관여했던 윤 후보의 이력 탓에,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메시지 수위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메시지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지닌 전통적 야권 지지층과, 중도ㆍ무당층의 표심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오는 29~30일 1박 2일 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를 방문할 예정이다.

선대위 직책을 모두 내려놓은 뒤 장외에서 선대위 관련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윤 후보의 고민거리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에게 알랑거려서 정치하려고 했다면 ‘울산 합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 측은 “이 후보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정보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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