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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주 안에 밝혀진다"던 오미크론…드러나는 정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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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필규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지난 1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D) 소장이 백악관에서 언론브리핑을 하며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파악하기까지 2~3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주가 지난 지금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과 치명률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확실한 예측은 힘든 상태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D) 소장이 백악관에서 언론브리핑을 하며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파악하기까지 2~3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주가 지난 지금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과 치명률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확실한 예측은 힘든 상태다. [AP=연합뉴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뒤,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게 지난 1일이다. 전염력이 엄청나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어 공포감만 커지던 당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 변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2∼3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학·임상적 특성이 드러날 실험실 데이터를 얻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로부터 2∼3주가 지났다.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은 훨씬 높고 치명률은 낮을 거란 점이 어렴풋이 드러났지만, 완전히 꺼풀이 벗겨지진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미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언론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밝힌 내용을 정리했다.

①얼마나 빠른가

바이러스가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를 보는 방법이 유효감염재생산수(Re)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Re는 델타 변이의 3~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만 해도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1.5~2배 빨리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지역의 인구 밀집 정도, 마스크 착용 습관 등 사회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치로 볼 때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과 다른 차원의 바이러스라는 게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조시 시퍼 박사의 이야기다.

감염병의 전염력을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기초감염재생산수(R0)다. 병에 걸린 한 명이 평균적으로 몇 명을 전염시킬 수 있는지 보는 수치인데, 아직 오미크론 변이의 R0는 나오지 않았다.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2~3 정도, 델타 변이는 6 정도였다. 조너선 레이너 미 조지워싱턴대 의대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홍역에 버금가는 전염력”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홍역의 R0값은 15, 그러니까 감염된 한 사람이 15명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전염력이다.

②정말 덜 심각한가

파우치 소장은 이달 초 아직 전체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오미크론 변이의 심각성이 델타 변이보다는 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22일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가 지난 10~11월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들을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들의 입원율이 다른 변이에 감염된 이들보다 8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변이로 입원한 사람들의 병세가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도 지난 4~11월 델타 변이로 입원한 사람들보다 약 70% 낮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는 남아공만의 특수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에 대륙 전체나 전 세계로 적용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24일 워싱턴포스트) 남아공은 중위연령이 28세로 상당히 젊은 데다, 이미 국민의 70%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백신 효과 있나

23일 과학 저널 네이처에 기존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로는 오미크론 변이를 막기 어렵다는 내용의 컬럼비아대 연구진 논문이 게재됐다.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드존슨 등 백신 4종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오미크론 변이를 중화하는 항체 효능이 낮았다는 것이다. 앞서 남아공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까지 마친 경우 오미크론 변이를 막는 효과는 33%에 그쳤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이 입원 등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상당수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방역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부스터 샷 접종을 권하고 있다. UC버클리의 아서 레인골드 교수는 “앞으로 30년 안에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19에 한 번쯤 걸리게 된다면 그때는 백신 맞은 걸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시 고성능의 마스크를 꺼내 쓰는 게 중요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다시 고성능의 마스크를 꺼내 쓰는 게 중요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④어떻게 대응할까

돌파감염 가능성이 커지면서 WSJ는 결국 마스크를 잘 쓰는 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천 마스크 대신 N95나 KN95, KF94 같은 더 고성능의 마스크를 쓰되, 코와 입을 잘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 실내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면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수시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하루 전 혹은 몇 시간 전에 할 게 아니라 모임 바로 직전에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자가진단 키트로는 약 15분 안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기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US데이비스의 리처드 코시 교수는 “한 시간에 10분씩 창문을 열어 두는 것으로도 (오미크론 변이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야외 활동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해 있는 게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여전히 안전하다고 봤다.

돌파 감염 가능성이 커지면서 WSJ는 결국 마스크를 잘 쓰는 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때와 마찬가지로, 천 마스크 대신 N95나 KN95, KF94 같은 더 고성능의 마스크를 쓰되, 코와 입을 잘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