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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새로운 성장엔진 고령친화기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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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인구분과 위원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인구분과 위원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고령친화기술(AgeTech)과 고령친화산업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인 단백질 제품, AI 스피커, 당뇨·노쇠 등을 예방하는 헬스케어 기기, 스마트홈, 돌봄 로봇 등이 고령친화기술의 예이다. 고령친화기술은 고령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며, 노인세대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등 젊은 고령층인 신소비계층까지 확장된 개념이다. 스마트케어, 노년기술학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고령친화기술은 신산업 수익 창출과 일자리 창출, 돌봄 인력 부족 문제 대응 등 경제사회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희대 고령친화융합연구센터에 따르면 고령친화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고령친화사업에 10억원을 투자하면 11.4명의 고용을 창출해 전 산업 평균(8명)을 웃돈다. 수혜자는 고령자가 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청년이기 때문에 연령 통합적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 예상
로드맵 만들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기업에는 고령친화기술과 고령친화산업이 지속가능경영(ESG)의 새로운 솔루션이다. 국제 신용평가기업인 무디스·피치 등은 보고서에서 ESG 경영의 성공을 위해 E(환경) 중심에서 넘어서 S(사회적 영향)가 중요하여, 그동안 대응이 미흡했던 고령화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아마존·구글·파나소닉·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고령친화산업 분야로 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망 분야로는 데이터 기반의 돌봄과 헬스케어 서비스, 고령 친화 식품, 고령 친화 주거, 노쇠 등 새로운 노인성 질환 측정과 통합 서비스, 돌봄 로봇 등이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2년 경제정책 방향과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 등에서 고령친화산업과 고령친화기술을 강조했다. 2019년 이승(移乘) 보조 돌봄 로봇 등의 기술 개발이 처음 시도되었고, 2020년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AI·IoT 기반 어르신 자기건강관리, 스마트병원 지원사업, 스마트케어(돌봄·의료) 서비스모델 실증시범사업 등이 시작되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일회적 투자에 그치지 말고, 고령친화기술과 고령친화산업을 위한 국가 로드맵을 수립하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실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고령자에게 맞는 기술 개발부터 사용자 관점에서의 대규모 실증, 사업화와 세계 시장 진출까지 전반적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실버 이코노미가 세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진 유럽연합(EU)에서는 과학 예산을 향후 5년간 50% 늘리는 호리즌 유럽(Horizon Europe)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능동형 생활 지원(Active Assisted Living)을, 일본에서는 국가개호보험계획과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고령화율을 보이는 미국은 백악관이 고령친화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중국은 정부가 지난 11월 신시대 고령화 작업강화 의견을 내자 전자상거래업체의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대학에서는 디지털 스마트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융합형·문제해결형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도록 돌봄 인력, 고령자와 가족들도 익숙해지는 교육·훈련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친화산업과 고령친화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대학·기업·정부 간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찾아야 하는 변곡점에서 고령친화기술과 고령친화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투자를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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