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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골때녀’ 편집 조작 파문…긴박한 장면 연출 위해 득점과정 뒤섞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조작 의혹이 제기된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중 한 장면. 방송에선 ‘후반 4대 3’ 상황이지만 화이트 보드엔 ‘4대 0’으로 적혀 있다.

조작 의혹이 제기된 ‘골 때리는 그녀들’ 방송 중 한 장면. 방송에선 ‘후반 4대 3’ 상황이지만 화이트 보드엔 ‘4대 0’으로 적혀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의 편집 조작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이 경기의 득점 과정 순서를 바꿔 편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SBS는 지난 24일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렸다”며 조작을 인정했다.

앞서 법적 처벌까지 받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순위 조작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골때리는 그녀들’이 아무리 예능이지만, 공정이 생명인 스포츠를 다루면서 편집 조작을 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출연진인 배성재 아나운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상상조차 못 해본 일”이라며 “제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너무나 충격적이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최근 회차에서 너무나 명확하게 그것(편집 조작)을 했기 때문에 너무 크게 실망했고 저도 그중의 하나라고 봐야 한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배성재 아나운서.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배성재 아나운서. [사진 온라인커뮤니티]

배 아나운서는 “갑자기 작가 혹은 막내급 PD가 쪽지를 들고 와서 ‘지금 오디오가 열렸으니까 이걸 읽어달라’고 하면 저희는 예고편에 쓰이는지, 본방송에 쓰이는지, 언제 경기인지 모른 채 보이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읽었다. 1년 동안 그래왔다”고 해명했다. “그 부분이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것이란 상상 자체를 할 수가 없다”라고도 했다.

그는 “(해당 경기 스코어가) 4대3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버젓이 제가 멘트한 4대3이 있고 실제로 4대3 스코어처럼 편집이 돼 있었다”며 “기계적으로 중계석으로 가져다준 걸 읽게 됐다. 그걸 뇌를 거치지 않고 읽은 건 정말 저의 뼈아픈 실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지만 승부를 조작한다거나 흐름을 바꾸려고 제작진이 개입하거나 한 사실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작 의혹은 지난 22일 방송된 ‘FC원더우먼’과 ‘FC구척장신’ 팀의 경기 이후 나왔다. 구척장신 팀의 6 대 3 승리로 끝났는데, 방송에선 구척장신 팀이 3골을 먼저 넣은 뒤 전반전이 종료됐고 후반전에서 원더우먼 팀의 송소희가 연이어 2골을 넣으며 3대 2가 됐다.

이어 구척장신이 추가 골을 넣으면서 4대 2로, 다시 원더우먼 팀 송소희의 따라잡기 골로 스코어가 4 대 3이 만들어지는 등 긴박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후 구척장신 팀의 차수민의쐐기골및, 골기퍼아이린의 한 골이 더해지면서 6대 3으로 끝났다.

그러나 방송 이후 실제 경기 스코어 흐름은 FC구척장신 팀이 전반전에만 5골을 넣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스코어 보드에 ‘4 대 0’이라고 적혀 있는 장면이 노출됐고, 출연진들의 전후반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등이 증거로 꼽혔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은 배 아나운서와 경기 해설, 진행을 맡은 개그맨 이수근에 대해서도 방송 조작에 가담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2차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일은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촬영 현장에서 선수들의 열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신 두 진행자 배성재, 이수근 님은 이번 일과 전혀 무관하며 두 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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