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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럼스 “북핵 대응 새 작계 요구했지만, 한국 수용 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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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로버트 에이브럼스

로버트 에이브럼스(사진) 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2019년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에 대응한 한·미 연합 작전계획(작계) 최신화를 위한 새 전략기획지침(SPG) 승인을 한국 국방부에 요구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11월 부임 뒤 새 작전계획의 필요성을 확인해 2019년 여름 SPG 갱신에 대한 공식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2019년 SCM에서 한국 국방부는 새 SPG에 대한 필요성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 작전계획 수립의 필요성과 관련,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북한의 새로운 위협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향상된 포탄 체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거론하며 “이 무기들은 마지막으로 SPG가 수정됐던 2010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에도 새 작계의 필요성에 대한 평가를 한국 국방부와 미국 국방장관실에 제공했지만 2020년 4월 한국 국방부는 연합사령관으로서 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7월 이임했다.

한·미는 이번 달 2일에야 서울에서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고 작계 최신화에 합의했는데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이미 오래전에 시행됐어야 할 일이며 이번 합의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 측에 매우 강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군소식통은 “당시 정부 내부에서 SPG와 새 작계가 (북·미 및 남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당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새 SPG 작성을 한·미 연합사가 주도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연합사가 실무를 맡고, 양국 합참이 승인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예 연합사가 전담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이는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으며, 미국 합참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또 인터뷰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둔 한국군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전환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사실상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간 상태다.

그는 “우선 한국의 4성 장군이 이끌 미래의 한·미연합사가 연합 방위군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조건은 한국이 전략 타격 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 방어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정세와 코로나19 등을 명분으로 축소 실시됐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그간 축소했던 연합훈련 일부를 재개할지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작계에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방안도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다”면서 “이 모든 것은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하며 현재의 전략계획지침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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