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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재택근무 신풍속도…지방서 부업 뛰는 日대기업 직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76) 

일본은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완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6년부터 지방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크게 감소하면서 위축된 지방경제를 회생하는 창생전략이다. 지방창생전략 중에 2024년까지 도쿄와 지방간에 인구 전입과 전출의 균형을 이루고, 부업을 통해 지역의 ‘관계인구’를 늘리는 대책이 포함되어 있다. 관계인구란 어떤 지역에 살지 않지만 그 지역의 문화와 특성에 매력을 느끼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다양한 인재가 지역에 모여들면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에 부업 촉진에 관한 지침을 만들고, 부업 모델 규정을 제시하며 근로자의 부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했다. 노동력 부족사회에서 부업의 다양한 장점을 홍보하고 기업 종사자의 부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많은 대기업이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부업과 재택근무가 확산하면 결과적으로 지방과 중소기업의 인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로자는 일하기 편한 장소에서 일할 수 있고, 본업 외에도 부업을 통해 능력을 발휘하며 과외 소득을 벌 수 있다. 또한 도시에서 일하는 인재가 지방에서 부업을 통해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미 부업을 허용하기 전부터 지방에 있는 기업의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었다. 바로 2016년부터 지방창생전략의 하나로 시작된 ‘프로페셔널 인재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도권의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지방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업 혁신과 신상품개발, 공격적 경영을 지원해 지역에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전략이다. 광역 지자체(도도부현)는 프로페셔널 인재 전략 거점을 설치하고 기업의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민간 인재 서비스 회사와 제휴해 필요한 인재를 지방 기업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서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많은 대기업이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 pxhere]

일본에서 부업을 허용하는 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많은 대기업이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 pxhere]

이를 위해 먼저 기업과 상담을 통해 신규사업 발굴, 판로개척, 경영 등에 필요한 인재 요건을 명확히 설정한다. 그리고 제휴한 인재 서비스 회사는 혁신사업을 추진하는 지방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소개하고 있다. 프로페셔널 인재 전략 거점은 전국 45개 지역에 설치되었고, 3년간 약 3만5000건의 상담, 5800건의 매칭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인재 지원전략 패키지’사업은 부업 인재를 활용하는 대표적 사업이다. 수도권에 있는 기업의 인재를 활용해 지방 기업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칭사업이다. 지역의 금융기관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고, 그러한 인재가 일하는 수도권 기업을 개척하거나 제휴해 부업 방식으로 지역으로 인재를 데려오는 방안이다. 수도권의 인재를 활용해 지방 기업을 살리고, 관계인구를 늘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겨냥하고 있다.

지역인재지원 전략패키지 사업

인재매칭: 프로페셔널인재거점, 지역금융기관과 협력하여 새로운 사업발굴

지역 중소기업: 지역기업의 경영지원, 혁신창출에 필요한 인재니즈 발굴

인재소개회사: 수도권 기업과 제휴를 통한 인재송출 회사 확대

2020년에는 지방에 부업 인재를 더 많이 영입하기 위해 지원 제도를 강화했다. 프로페셔널 인재 전략 거점의 인력을 두 배인 500명으로 늘려 더 충실한 지원 체제를 갖추었다. 또한 부업을 위해 지방으로 이동할 경우 이동경비를 1인당 3년동안 최대 150만엔을 지원한다. 주로 수도권에서 다른 지방으로 통근하는 사람이 지원대상이다. 수도권 중에서 교통 사정이 열악한 과소지역으로 통근하는 것도 지원한다. 지방에서 부업을 장려해 지역에 관련된 관계인구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직접 외부에서 부업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2017년에 히로시마현의 후쿠야마시는 한 명의 고문 채용 공고를 냈는데, 전국에서 395명이 지원했다. 와카테현은 2018년 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관계인구를 늘리려고 부업을 하고 싶은 수도권 인재를 지역 기업과 매칭하는 관민제휴의 버츄얼조직을 설립했다. 지자체 중에는 전직 지원 회사 및 취업정보회사와 활발한 제휴을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야마구치 파이낸셜 그룹은 자회사를 설립하고 인재 소개 회사 서큐레이션과 제휴해 수도권 인재를 지방으로 영입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에 관심 있는 수도권의 부업 희망자를 소개해주고 있다. 2019년 마코토 윌은 미야기현 마루모루초에서 태풍 피해 기업에 봉사하려는 사람을 채용하는 매칭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수도권 인재와 경영과제가 있는 지역 기업을 연계해 피해 기업과 지역경제를 회복하는 대책이었다.

지방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와 지원 대책이 충분히 갖춰져도 사람이 이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수도권 기업의 근로자가 지방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일본인재기구는 2018년 1월 수도권 기업에 일하는 관리직을 대상으로 지방근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부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았지만, 부업에 적극적인 사람은 적었다. 평일 노동시간이 2시간 줄어들면 그 시간에 부업하겠다는 사람은 6%였다. 그러나 월 1~2회 휴일을 이용해 지방 기업에서 능력과 스킬을 살려 일하겠다는 사람은 60%를 넘었다.

부업을 포함한 기업의 니즈를 발굴하고 인재를 공급하는 수도권 기업의 이해를 바탕으로 부업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인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진 pxhere]

부업을 포함한 기업의 니즈를 발굴하고 인재를 공급하는 수도권 기업의 이해를 바탕으로 부업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인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진 pxhere]

방문목적은 지역과 혈연 이외의 지역에서 음식과 취미활동을 하는 취미 소비형이 가장 많았다. 지역주민과 교류, 이벤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참여교류형, 재택근무와 부업·지방기업 취업·농업 종사 등의 취업형, 지역활성화 프로젝트 운영·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직접 기여형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본의 지방 기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젊은 인재는 도시로 유출되고, 고령화에 따라 생산연령인구가 크게 줄었다. 지방의 중소기업은 우수한 스킬과 노하우를 가진 인재가 크게 부족하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도권의 대기업 출신의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유치하는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부업을 허용하는 대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방 기업에서 일하려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 지역 금융회사, 지역 기업에 부업 인재를 활용하는 대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는 지방에 없는 수도권의 유능한 인재를 영입할 때 단순히 대우 외에도 자기 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개인은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전직 전에 도시에 살면서 부업으로 일해보고, 지방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혁신을 창출하는 전략은 바람직한 지역발전 전략이다. 근로자 개인은 도시에서 일하면서 여유 시간을 활용해 지방 기업에서 부업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커리어를 개발하고, 퇴직 후 인생을 설계하는 장점이 있다. 지방기업은 부업용 업무를 적극적으로 공급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싸고 쉽게 확보해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할 과제는 많다. 부업을 포함한 기업의 니즈를 발굴하고 인재를 공급하는 수도권 기업의 이해를 바탕으로 부업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인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동경비를 지원하여 지방과 관계를 맺는 도시의 인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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