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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얼마나 세면 비아그라 대용···엄동설한에 맞닥뜨린 '이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이 엄동설한에
꼼지락거리며 이동 중인
검되 오묘한 푸른 빛 감도는 곤충을 봤습니다.

이강운 박사가 남가뢰라 일러줬습니다.
“색깔이 아주 깊은 딥 블루죠?
블루 중에서도 아주 깊은 검은색이 많이 가미되었죠.
이 색 때문에 남가뢰라 이름 붙여졌어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가만히 보면 이 친구들이 움직일 때마다 색이 달리 보입니다.
이를테면 빛을 받고 안 받고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 박사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설명을 곁들입니다.
“이리 빛의 회절, 간섭에 따리 달리 보이는 걸 구조색이라 하죠.
이런 곤충은 대부분 각도에 따라서 색이 여러 가지 색으로 바뀌어요.

꼭 무지갯빛처럼 푸른색이 됐다가 검은색이 되고 그러죠.
사실 이로 인해 천적이 착시를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이 구조색이 천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생존전략인 겁니다.
게다가 이 친구는 무시무시한 또 다른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요.”

“그게 대체 뭔가요?”

“칸타리딘(Cantharidin)이라는 독성 물질을 갖고 있어요.
얘네들은 원래 영명으로 블리스터(Blister)라고 그래요.
블리스터가 뭐냐 하면 바로 물집,
물집을 생기게 하는 그런 곤충이라는 뜻이에요.
자기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다리 관절에서 노란 액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칸타리딘이에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사람에게도 물집을 생기게 하나요?”

“그럼요. 저는 경험을 많이 했죠.
채집 하면서  손으로 잡을 때
얘가 물질을 내면
노랗게 물집이 생기고 상처가
몇 개월 갑니다.”

“저 친구를 그리스에서는 약재, 독약으로 쓴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리스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약재로 쓰는 게 나오죠.

가뢰가 만든 칸타리딘은 유명해요.
예전엔 칸타리딘이 비아그라 대용이나 최음제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었어요.
프랑스군의 의학 총서에 나온 이야기인데,
병사들이 복통 때문에 고생해서
나중에 알아보니 그 병사들이 개구리 뒷다리를 먹었다는 거예요.
개구리를 해부를 해보니 그 안에 가뢰가 있었죠.”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그나저나 영하 6도인 이 추운날  어떻게 이 친구를 찾으셨어요?”

“여기서 영하 6도면 아주 따뜻한 날씨죠.
영하 28도까지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쟤네들은 어른벌레로 월동하거든요.
월동하면서 날이 따뜻해지면
나뭇잎 속에 있다가 이동을 해요.
조금씩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거죠.
따뜻한 양지쪽을 유심히 보면 얘네들 움직이는 게 보이죠.
오늘 찍은 건 암컷인데
내년 봄까지 이리 버티다가 알을 낳는 거죠.”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남가뢰

영하 6도 따뜻한 날(?),
깊디깊은 블루를 품은 남가뢰를 만났습니다.
그 색의 유혹에 빠져 만질 뻔했습니다.
혹여 만나시면 눈으로만 보세요.
이들은 치명적인 독을 가졌으니까요.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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