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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피한다…'승리호' 그곳, 우주 관측 핫플 날아간 제임스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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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에 등장한 우주쓰레기.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영화 승리호에 등장한 우주쓰레기.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라그랑주점에서 온 것 치고는 진짜 멀쩡하네.”

지난 2월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승리호’에서, 작살을 던져 우주쓰레기를 포집하는 인공지능(AI)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가 중얼거리는 대사다.

승리호는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우주선이다. 이 영화는 라그랑주점을 우주쓰레기가 대거 모여 있는 구간으로 설정한다. 25일 우주로 떠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실제 목적지도 바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라그랑주점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목적지인 라그랑주점(L2)을 비롯한 5개 라그랑주점의 위치. [중앙포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목적지인 라그랑주점(L2)을 비롯한 5개 라그랑주점의 위치. [중앙포토]

천문학 용어인 라그랑주점은 쉽게 말해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다. 공전하는 두 천체 주변에서 중력과 원심력이 평형인 지점을 가리킨다. 이 지점을 처음 발견한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의 이름을 따왔다.

질량이 큰 천체(태양)가 있고, 이 천체 주변을 공전하는 질량이 약간 작은 천체(지구)가 있다. 이때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이 두 천체에 영향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질량을 가진 물체(제임스웹우주망원경)가 두 천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지해 있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이 지점을 라그랑주점이라고 부른다. 2개의 천체(태양·지구)에 대해 5개의 라그랑주점이 존재한다.〈그래픽 참조〉

우주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라그랑주점은 ‘핫플레이스(hot place·유명한 장소)’다. 라그랑주점에 있는 위성이나 물체는 2개의 천체(태양·지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과 지구 사이의 라그랑주점(L1)엔 태양 관측 위성이 자리한다. 이곳에 위치한 위성은 언제나 지구를 등진 상태에서 계속 태양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 태양을 관측하는 위성으로서는 최적의 자리다.

반대로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의 뒤편에 위치한 라그랑주점(L3)은 태양의 뒤편을 상시 감시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다만 지구로부터 거리(3억㎞)가 워낙 멀어 아직 인류가 이 지점을 활용한 적은 없다.

앞으로 30일간 항해…최종 목적지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에 안착해서 별을 관측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 [사진 ESA]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에 안착해서 별을 관측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 [사진 ESA]

제임스웹우주망원경도 마찬가지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라그랑주점(L2)에 터를 잡으면 언제나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즉, 언제나 태양-지구-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순서로 위치해 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태양 빛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으면서 우주를 관찰할 수 있다. 또 중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빛이 굴절·왜곡되는 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게다가 중력으로부터 안정적인 궤도에 위치해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연료를 소모할 필요성도 낮아진다. 태양에서부터 떨어진 멀고 먼 우주를 관찰하고자 하는 위성에게는 그야말로 명당인 셈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향후 30일간 이동하며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점(L2)으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구와 교신을 통해 반사경과 5중 필름 차폐막 등을 하나씩 펼치게 된다. 장기간 항해하는 과정에서 항로를 이탈한다면 10조원을 투입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또 다른 라그랑주점(L4·L5)에 수천 개의 소행성이 몰려 이유도 비슷하다. 이 지점은 먼 우주가 영향을 미치는 중력과 지구의 중력, 그리고 태양의 중력이 서로 비슷하게 영향을 미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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