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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3개 쓰고 모인 태극기 집회 "박근혜 사면은 성탄선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환영과 건강을 기원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환영과 건강을 기원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5년 만에 진짜 성탄절이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쾌유를 기원한다”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성탄절 당일, 숭례문 앞 도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축하하는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전 12시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축하하는 216회 태극기 집회를 진행했다. 지지자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태극기가 장식된 방한용품을 하고 좌석을 채웠다.

산타 복장 지지자들 “성탄 선물 같다”

오전 10시부터 집회 장소에 모인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을 환영했다. 산타 복장을 하고 시위에 참여한 우성진(44)씨는 “5년간 투쟁한 지지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산타 복장을 하였다”며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체력을 다 쓸 때까지 있겠다”고 했다.

오후 1시가 되자 집회 측이 마련한 299명의 좌석은 가득 찼고, 인접 도로와 맞은편 도로에도 지지자들 수백명이 집결했다. 집회 무대 인근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설치됐다. 시위 모습을 방송하는 유튜버들 수십명도 집회 무대 차량을 둘러쌌다.

25일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 쾌유 기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석경민 기자

25일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 쾌유 기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석경민 기자

전국 각 지역에서 찾아온 지지자들은 “성탄 선물 같다”고 입 모아 말했다. 강원도 영월에서 온 김모(72)씨는 “2016년부터 5년 가까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며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끼는 하루다. 성탄 선물 같다”고 했다. 배가경(64·인천)씨는 “추위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세 개 쓰고, 비닐장갑까지 쓰고 왔다”며 “보람찬 하루”라고 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무대에 올라 “1730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의 몸에서 자유의 품으로 온다”며 “이제 대통령을 모시고 새 정치의 시대를 열어보자“고 주장했다.

캐럴 틀고 행진... 도심 교통 혼선도

시위대는 오후 3시쯤 시청역 7번 출구에서 1차 집회를 끝내고 광화문 일대를 지나 명동까지 약 2km를 행진했다. 집회 측은 캐럴을 틀고 꽹과리와 북 등을 두드리며 행진했다.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쾌유 기원’ ‘박근혜 대통령 명예회복’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뒤를 따랐다. 이후 오후 5시까지 중앙우체국 앞에서 2차 집회를 열었다.

25일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시위대들이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25일 태극기집회에 참여한 시위대들이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석경민 기자

우리공화당 측은 “이렇게 밝은 분위기의 집회는 오랜만이다. 평소보다 많은 약 1000명 정도가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1차 목표를 이룬 만큼 앞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회복에 집중하는 시위를 열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2차로를 이용하며 도심의 교통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집결지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매주 이렇게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하는 날이면 길이 꽉 막혀 손님들도 준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약 150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도심 한복판 2차로를 이용해 행진과 시위를 한 만큼 불가피하게 일부 교통 불편과 소음 공해가 있었다”고 했다.

반대 시위, 일단은 없어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집회는 없었다. 집회 신고는 최소 48시간 전에 신고해야 하는데, 24일 사면 소식이 처음 보도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예정됐던 태극기 집회를 제외하고 신고되지 않은 집회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만큼 추후 맞불 집회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문 대통령은 스스로 부패 등 5대 사범을 사면에서 제외하겠다고 강조했다”며 “27일 청와대 앞에서 사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내곡동 사저가 매각된 박 전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가족부터 만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다. 상식적으로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이 머물 거처를 알아보지 않겠나”고 했다. EG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거처나 사면에 대한 박 회장의 입장을 따로 전해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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