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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만들면 끝장"…교회로,성당으로,절로 뛰는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이 후보, 윤 후보, 김상복 할렐루야 원로목사.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이 후보, 윤 후보, 김상복 할렐루야 원로목사.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와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에는 수석비서관이 회장을 맡는 종교 모임이 활성화돼 있고, 여야 정당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 빠지지 않는 일정이 종교 지도자 예방이다.

특히 선거 때가 되면 종교의 힘은 더 커진다. 신앙적 동질감을 통한 표의 응집력이 강해 당선을 목적으로 한 후보라면 절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총선이 있을 때면 “어느 종교에서 누구를 후보로 추천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도는 것도 현실이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종교를 총괄하는 기구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직능총괄본부 내에 천주교·불교·기독교지원단과 본부를 각각 두고 있으며 여기에 특별종교협력지원단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종교 인구 현황’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20%가 개신교를 믿고 있고, 불교와 천주교 신자는 각각 17%와 11%였다. 기타 종교도 2%였다. 국민의 절반(50%)은 ‘종교가 없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종교를 갖고 있는 만큼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규모인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목회자의 한 마디는 일반 신도 입장에서 상당히 영향력이 크다. 과거 지방 선거 때는 몇몇 정치인들이 돈을 주면서 종교인들을 동원해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성탄절은 대선 후보 입장에선 일종의 ‘유세 대목’이었다. 개신교(20%)와 천주교(11%)를 합해 성탄절 행사를 치르는 종교의 인구가 31%에 달하고, 기독교와 무관하더라도 성탄절을 일종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인구도 많기 때문이다.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엔 성당 미사에, 성탄 당일인 25일엔 교회 예배에 각각 참석했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이후 꾸준히 교회를 방문하며 본인의 종교를 유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로 지방 유세 중이었던 지난 5일 전북 정읍에선 성광교회를, 지난 12일 경북 영주에선 제일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각각 참석했다.

그런 이 후보는 개신교 신자임을 강조하다가 ‘유령 신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경기 분당우리교회에서 주님을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가 해당 교회가 이 후보의 신도 신분이 ‘제적 상태’라고 밝혀 논란을 빚자 뒤늦게 “비정기적으로 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암브로시오’라는 천주교 세례명을 갖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24일 자정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가 집전했다. 윤 후보는 대학 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았는데 당시 대부(代父)가 서울대 법대 1년 선배인 백윤재 변호사였다.  백 변호사는 윤 후보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사돈지간이다.

절 또한 지방 방문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지난 10일 울산 울주군 정토마을 수련원을 방문해 법륜스님을 예방하고 점심 공양을 함께 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7월 전북 김제 금산사에 마련된 태공당 월주(月珠) 대종사 빈소를 찾아 고두례(叩頭禮)를 하기도 했다. 고두례는 삼배와 108배 등 모든 절을 하고 난 뒤 맨 마지막에 올리는 절을 말한다. 검사 시절 스님들과 교류하며 절에 다니기도 했던 윤 후보는 법대 재학 시절엔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에서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을 만나 친분을 쌓기도 했다. 중광은 불교 계율에 맞지 않는 기행을 이유로 1979년 승적을 박탈당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일 대구 방문 중 동화사를 방문한 데 이어 23일엔 부산 폭포사를 찾았다.

때로는 종교와 마찰을 빚어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문화재 관람료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최근까지도 그 여파가 계속되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조계사를 찾아 사과하는 등 뒷수습을 했다.

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선거는 우호적 세력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적대적 집단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성탄절 미사나 예배에 참석하는 건 종교인들에게 예를 갖추는 노력의 일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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