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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식당도 못간다"…미접종자 모임 장소로 떠오른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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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극장 이미지. 연합뉴스

자동차 극장 이미지. 연합뉴스

평소 ‘건강 염려증’이 심한 편인 20대 여성 신지민(가명)씨는 부작용이 우려돼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다. 직장인이 아닌 신씨는 백신 미접종자로서 그동안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최근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신씨는 “얼마 전부터 만나기 시작한 남자친구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때문에 다중이용시설에 가기 어렵다”며 “요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 보는 등 모든 데이트를 차 안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 데이트’가 아직까진 나름 재미있는데 워낙 활동에 제약을 받으니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차데이트’ ‘홈파티’…미접종자가 사는 법

방역패스가 시행되면서 백신 미접종자를 둔 관계자들 사이에선 ‘차량’이 모임 장소로 급부상했다. 미접종자는 ‘혼밥’을 하지 않는 이상 식당이나 커피숍 등의 시설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어서다. 선약을 지키기 위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홈파티’ 등을 주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붙은 방역패스 적용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 붙은 방역패스 적용 안내문. 연합뉴스

중소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김모씨는 “아내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백신이 산모와 아이에게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백신을 아직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업은 사람 만나는 게 일인데 방역패스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최근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는데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기 위한 대기 줄이 너무 길어 결국 식당 예약을 취소하고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허약 체질이라 건강에 예민해 백신 맞기가 꺼려진다”며 “자취를 해 친구나 연인 등을 집으로 부르면 되니 사적 관계에선 별 어려움을 못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다만 회사에선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며 “점심때 도시락을 싸가거나 식당을 가더라도 포장해 사무실에서 혼자 먹으니 유난 떠는 것처럼 비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성 존중” “계획 차질”…주변인 엇갈린 반응  

미접종자 주변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개인의 신체 조건이나 자율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난감하다는 시각도 있다. 20대 남성 최모씨는 “최근 동네 친구 총 4명이 ‘번개’로 모였는데 백신 맞지 않은 친구가 있어 차에서 놀았다”며 “음주운전 하면 안 되니 술도 못 마시고 밖은 추워 꼼짝없이 차에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앞으로 백신 안 맞은 친구를 부르자니 불편하고 안 부르자니 따돌리는 거 같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원 박모씨는 “회사 동료 중에 미접종자가 있어 기존에 잡아놨던 약속과 예약 등에 차질이 생긴다”며 “계획 틀어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웬만하면 빨리 백신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 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집회 시작 전 경찰 펜스에 팻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비대위) 정부 방역 대책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집회 시작 전 경찰 펜스에 팻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불편 감내 불가피…구제책은 필요”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가 집단적으로 고통 받는 상황”이라며 “일상을 영위하거나 관계를 맺는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을 이해하는 게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의 자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최근 미접종자의 혼밥도 거부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식도 접한다”며 “물리적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기 어려운 이들의 존엄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구제책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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