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가산+상속세까지 세금폭탄…父생전 2억 받은 아들, 왜 [더오래]

중앙일보

입력 2021.12.25 07:00

업데이트 2021.12.25 09:26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94)

고령의 부모님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사용하고 있다면 그 관련 증빙서류를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두어야만 추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사진 Patrick Tomasso on Unsplash]

고령의 부모님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사용하고 있다면 그 관련 증빙서류를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두어야만 추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사진 Patrick Tomasso on Unsplash]

Q. 아버지의 투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윤씨 남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만일의 경우 상속세 문제도 걱정이다. 아버지의 부동산과 주식을 조금씩 매도해 생활비와 병원비, 간병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아버지 재산이 많아 상속세 부담이 꽤 큰 편이다. 지인들은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면 지금부터라도 아버지 계좌에서 현금을 많이 인출해 두라고 하는데 과연 이런 방법으로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걸까?

A. 윤씨가 만일을 대비해 대략 상속세를 계산해 보니 아버지 사후 적용되는 상속세율이 40%나 된다. 즉, 윤씨가 미리 1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예금 계좌의 잔액을 줄여 놓으면 상속재산이 1억원만큼 감소하게 되고 이는 결국 4000만원(1억원×40%)의 상속세가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세법에서는 이처럼 상속 직전에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상속세를 피해가려는 꼼수를 막기 위해 미리 ‘상속추정’이라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2억 이상 현금 인출, 사용용도 불분명하면 상속세 추징

돌아가신 고인이 현금으로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직전 1년 내에 2억 원(또는 직전 2년 내에 5억 원) 이상으로 그 사용 용도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이를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속세 세무조사가 진행될 경우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은 고인이 상속 직전 1~2년 동안 현금을 인출해 어디에 썼는지 그 용도를 밝혀야 한다. 고인이 생활비나 병원비, 간병인 비용 등으로 지급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하는데 만일 고인이 현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셨는지 가족들도 잘 모른다거나 또는 알고 있어도 구체적인 증빙이 없다면 상속인들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해 꼼짝없이 상속세가 과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령의 부모님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사용하고 있다면 그 관련 증빙서류를 미리 충분히 확보해 두어야만 추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다.

가령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망 전 1년 이내에 인출한 현금이 4억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4억 원의 현금을 고인이 어디에 쓰셨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2억원은 생활비나 병원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소명했지만 2억원은 용도가 불분명하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세법에서는 고인이 현금을 어디에 쓰셨는지 상속인들이 일일이 그 사용처를 찾아내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금액은 공제해 주고 있다. 인출한 금액의 20%와 2억원 중 작은 금액이 공제해 주는데 4억원을 인출한 경우에는 8000만원(4억원×20%)이 공제된다.

즉, 용도가 불분명한 2억 원 전액에 대해 상속세가 과세되는 것이 아니라 그중 8000만 원을 공제한 1억2000만 원에 대해서만 상속세가 과세되는 것이다. 만일 상속세율 40%가 적용된다면 상속세로 4800만원 정도를 더 내게 되는 셈이다. 물론 어디에 썼는지 입증할 수 있는 금액이 많을수록 상속세 추징세액을 줄일 수 있으니 평소 현금 사용액에 대한 증빙을 잘 갖춰 놓는 것이 좋다.

현금 자녀가 가져갔다면 상속세뿐 아니라 증여세도 추징

가족들이 현금의 사용 용도를 모르겠다고 하면 세무서는 그대로 인정해 줄까? 그렇지 않다. 세무서는 혹시 고인의 현금이 배우자나 자녀의 계좌로 입금된 것은 아닌지 가족들의 계좌를 모두 샅샅이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이 가족들 계좌로 입금된 정황을 찾아낼 수도 있다. 고인이 현금을 인출한 시기에 배우자 계좌로 동일한 현금이 입금되었다거나 직장인인 자녀 계좌로 급여가 아닌 거액의 현금이 반복적으로 입금되었다면 고인이 현금을 인출해 가족들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간주된다. 또는 고인이 인출한 2억원의 현금으로 자녀가 주택을 구입할 때 사용했거나 자녀의 대출금 상환에 사용된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사망 전에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그 경우에는 상속 추정(1억 2000만원)을 적용하지 않고 자녀가 받은 2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증여세와 가산세가 추징되고, 이는 다시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상속세까지 추징될 수 있다. 따라서 현금으로 인출해 놓기만 하면 상속세를 충분히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은 당신의 현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꽤 꼼꼼하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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