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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왜 朴 복권까지 시켰나…야당 "대선, 골치 아파질 수도" [박근혜 사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0월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설문 유출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0월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설문 유출과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탄핵 사태 이전 국내 보수 정치는 크게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었다. 그만큼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대선을 68일 앞둔 오는 31일 특별 사면되는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보수 진영의 시선은 과거와는 다르다. 대선에 미칠 정치적 파괴력을 두고 양론이 있다.
먼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또 탄핵 책임론이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한국 정치에서 그의 지분은 이미 소멸했거나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반면 대구·경북(TK)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여전해 그가 마음 먹기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꽤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①박근혜 보수 지분, 소멸했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과는 별개로 젊은 당원 등을 중심으로 ‘탄핵 사태로 보수 진영의 궤멸을 부른 장본인’이라는 평가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보수 진영은 길고 긴 수렁에 빠졌다. 지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내리 패배했다가 올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야 연패 사슬을 끊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탄핵 사태를 계기로 냉랭해졌다. 지난달 리얼미터의 역대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1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32.2%), 2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24.0%)이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6위로 2.7%에 그쳤다. 문재인(12.6%) 대통령, 김대중(7.9%) 전 대통령은 물론 수감 중인 이명박(7.7%) 전 대통령보다 낮은 수치였다.

야권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근거로 지난해 4월 총선 때의 ‘박근혜 옥중서신’을 거론한다.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휘한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이 출소하더라도 두 달 남짓 남은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건강을 추스르는 등 잠행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대선 국면을 뒤흔들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②박근혜 보수 지분, 살아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충북 옥천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 육 여사의 영정에 고개숙여 참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충북 방문은 대선출마 선언 후 처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1일 충북 옥천 박근혜 전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 육 여사의 영정에 고개숙여 참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충북 방문은 대선출마 선언 후 처음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수도 있다”(전직 야당 의원)는 반응도 있다. 개별 지역구에서 승부가 나는 총선과 달리 전국 선거인 대선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박빙 구도에 예민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장 이날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사면 결정을 내린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야당이 묘하게 술렁댔다.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등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가 웬만한 지역 정치인들의 선거 운동보다 더 많은 표를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TK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상당하다는 여론조사도 결과도 있다. 3~6일 에이스리치 여론조사에서 대구 시민의 71.2%가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안 된다는 응답은 19.0%에 그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TK 공략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직전 행보에 야권의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과 함께 복권(復權)된다는데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가석방과 달리 복권되면 선거권과 피선거권, 공무담임권(국가 기관 구성원으로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이 회복된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가로막는 법적인 장애물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2017년 2월 17일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을 맡은 윤석열 수사팀장이 1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7년 2월 17일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을 맡은 윤석열 수사팀장이 1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중앙포토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의 수사팀장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관여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미묘한 관계도 변수다. 일부 박 전 대통령 강경 지지층을 중심으로 윤 후보에 대한 반발 여론은 늘 있어왔다. 윤 후보가 9월 17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을 때 보수 단체 회원들이 격렬하게 항의한 게 대표적이다.

영남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를 감옥에 보낸 윤석열, 박근혜를 사면한 문재인’이라는 프레임에 동의하진 않지만, 만에 하나 이런 정서가 TK 등을 중심으로 퍼진다면 골치 아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대놓고 혼수모어(混水摸魚 : 물을 흐려놓고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 전략으로 야권 내분을 시도한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이런 얕은 분열책에 휘둘리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때도 보수 통합을 강조했던 박 전 대통령이 적어도 윤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의 행보를 걷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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