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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종료 직전, 박범계가 꺼냈다…'박근혜 특사' 007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극비리에 추진됐다. 특사 발표 사흘 전인 지난 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종료 1시간 전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돼 표결로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을 3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가 노출될 경우 따르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극소수만 알았을 정도로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한다.

007작전 방불한 朴사면 안건 최후 상정, 찬·반 격론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일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는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일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리는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법무부 교정본부를 포함한 실무선에서 특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할 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0~21일 이틀 간 열린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첫날 일반 형사범과 민생사범을 심사할 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 이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5명의 외부 민간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심사위에 두 사람이 심사 안건에 포함된 사실조차 비공개에 부친 것이다.

심사위원장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둘째 날 21일 오후 5시께 회의를 마무리할 시간에 임박해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의 특별사면 및 복권 안건을 테이블에 올렸다. 이 중 박 전 대통령은 표결에 부친 끝에 사면 찬성을 의결했다고 한다.

만장일치가 관례인 사면심사위에서 표결까지 진행한 건 이례적이다. 9명의 심사위원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이 조만간 옥중서신을 모은 책을 출간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표결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의견 차이가 좀 있었다. 9명의 위원들 각자 의견 진술이 있었고 사면법 시행규칙에 따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특사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21일 오후 4시 반 (회의) 말미에 제가 직접 사면심사 회의를 주재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받고 심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했는데, 박 장관은 다른 일정 탓에 4시 30분쯤 입장했다. 박 장관이 참석한 뒤 1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격론을 벌인 건데, 박 장관이 의도적으로 사면심사위 종료 직전 의결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朴, 건강 상태 악화’ 의료진 소견서가 결정적

유영하 변호사가 24일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받아 쓴 수첩을 공개했다. [뉴스1]

유영하 변호사가 24일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받아 쓴 수첩을 공개했다. [뉴스1]

앞서 12월 초, 신년 특별사면 추진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사면심사위 일정을 잡을 때까지 교정본부를 비롯한 법무부 안팎에서는 정치인, 경제인 등 유력인사는 사면 대상이 아니라는 기류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1월 기자회견),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정의, 형평성,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5월) 등 신중한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허리, 어깨 통증 등 지병과 함께 5년 넘는 수감 생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받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된 점이 분위기가 바뀐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한다. 이를 보고 받은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상의도 최소화하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근거로 사면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박범계 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사면심사 때 외부 진료나 입원 등 진단서나 의료진 소견서가 대체로 간단한 편인데,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하게 여러 과에 걸쳐서 기술이 돼 있었다”며 “소견서가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취임부터 사면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근혜 취임부터 사면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근혜 특별사면 대선주자별 입장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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