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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목소리 귀 닫았다…‘미래학교 1년’ 자화자찬 취한 교육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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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1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 발표회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 발표회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오직 학생의 미래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그 여정을 힘차게 이어갈 것입니다.”

교육부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미래학교)의 1년을 돌아보는 행사를 23일 개최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는 우수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올해 2월 발표된 미래학교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한국형 뉴딜’ 사업 일환으로, 5년간 18조 5000억원을 투입해 40년 이상 노후학교를 수업 혁신이 가능한 학교로 개축·리모델링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이 사업은 지난 2월 시작한 이래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러 학교에서 미래학교 추진에 반대하는 학부모·주민이 교문 앞에 조화를 늘어놓거나 교육청에 찾아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몇몇 학교에서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교육부 발표회를 관심있게 봤지만, 대부분은 미래학교 사업을 자화자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수 미래학교 청사진 발표하며 '자화자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 발표회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유튜브 캡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열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 발표회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유튜브 캡처

우수 사례로 제시된 안산원곡초는 주변 공단의 외국인 근로자 영향으로 다문화 학생 비율이 98%에 달하는 학교라고 합니다. 이 학교는 학부모와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멀티플렉스존, 도서관과 스마트학습실을 연계한 공간 등을 마련합니다. 특히 중도입국 학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언어학습 특화 공간도 만든다고 합니다.

서울 청량중학교는 재건축이 불가피한 낡은 교사 대신 현재 운동장 공간에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고 합니다. 이동수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공간 배치는 물론 학생 휴식공간과 3D 프린터를 포함한 각종 첨단 교실을 만들고, 실내 정원도 배치합니다.

교사, 교장, 교수 등 참석자 발표가 끝난 뒤 유은혜 부총리는 “미래학교가 완성되려면 2~3년은 지나야 할텐데, 그 과정도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어야 할 것”이라며 “교육청과 학교의 어려움을 소통해가며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지난 8월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 교문앞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화환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지난 8월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 교문앞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화환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우수 사례 발표에 나온 것처럼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한 학교는 참 좋아보입니다.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벗어난 학교에서는 뭔가 새로운 수업이 펼쳐질 것 같다는 기대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반대하는 학부모가 분명히 있고, 그로 인해 사업 진행을 철회해야 했던 학교들도 있습니다.

학부모 우려와 반대…설득 못한 교육당국

학부모들은 미래학교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상 강제 전학을 가야하거나 모듈형 컨테이너 교사에서 수업받는 것을 우려합니다. 공사 차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나 분진도 걱정합니다. 미래학교가 지역사회에 개방적 공간이 되는 것에 반대하기도 합니다. 스마트기기나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의 교육 공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설계와 건축 과정에서 이익을 내기 위한 토목사업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9월 15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있다. 뉴스1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9월 15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무릎을 꿇고 있다. 뉴스1

어떤 것은 풀어야 할 오해일 수 있고, 어떤 부분은 인정하고 바꿔야 할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교에서는 그런 설득과 이해의 과정이 부족했고, 결국 극심한 갈등 끝에 사업 파행으로 치달았습니다.

미래학교 1년을 제대로 되짚어보려면 갈등을 극복한 사례와 극복하지 못한 사례에 대한 얘기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회는 교장과 교사, 교수 등 학교 측 관계자들만이 발표에 나섰습니다. 교육부가 이렇게 자화자찬으로만 지난 미래학교 사업 1년을 마무리하는 식이라면 갈등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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