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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률 曰] 내년 장밋빛 성장 전망 맞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8호 38면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뉴스룸 본부장

“미국 투자연구소인 네드 데이비스는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전문 예측가들이 내놓은 결과를 분석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1970년 이후 일어난 지난 7번의 경기 침체를 단 한 번도 정확하게 예측한 적이 없었다. 미국에서는 전미경제분석국(NBER)이 경기 침체를 공식 선언하는데, 이곳은 평균적으로 침체가 일어난 지 8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침체의 시작을 선언했다.” 루치르 샤르마는 자신의 저서 『애프터 크라이시스』에서 그토록 탁월하다는 미국 경제학자들의 예측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자문기관인 패덤컨설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력에 고개를 갸웃했다. 1988년 이후 2018년까지 일어난 469번의 세계적 경기 침체를 분석한 결과, IMF가 침체 발생 1년 전 봄에 이를 예측한 건 4번뿐이어서다. 특히 선진국의 침체에 대해 몇 달이라도 앞서 예측한 경우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빗나갈 때가 더 많은 경제 예측
기우제 심정으로 한 건 아닌지

새해를 목전에 두고 으레 여러 예측이 쏟아지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이맘때 예상은 빗나가게 마련이었다. 특히 언급한 사례에서처럼 경제학자들이 조롱의 대상일 때가 허다하다. 『위대한 예측』의 저자 알프레드 말라브르는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의 말을 빌려 경제성장률·해고율·이자율 등을 반영해 만든 이른바 ‘불행지수’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의 의장 자리가 공석일 때 가장 낮았다고 비꼬았다.

경제 예측의 적중 확률이 낮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특히 극단적인 예측은 하나만 맞아도 세간의 이목을 모은다. 대다수 경제학자가 내다보지 못했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다만 그도 비관적 전망의 매혹적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그가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쁜,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 큰 공황(Greater Depression)에 빠질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앞날을 미리 알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인지 모른다. 『예측의 역사』를 지은 마틴 반 크레벨드는 “예측은 그것이 과학인지 여부와 별개로 우리의 사고와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그것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면서 예측 불가능성 또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간힘을 쓰는데도 예측은 왜 대부분 빗나갈까. 마틴 반 크레벨드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사회적·심리적 요소가 클수록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예측의 내용이 더 상세할수록 틀릴 확률이 높으며, 예측하려는 미래가 멀수록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정교한 예측이 요구되지만, 경제 예측의 한계 역시 뚜렷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경제 예측의 순기능까지 부정하긴 어렵다. 다양한 예측이 나와야 경제 주체들이 미리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위기 극복을 넘어 일상과 경제를 되찾고 선도형 경제로 도약하겠다’며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3.1%로 잡았다. 2%대 성장률을 전망한 민간 연구기관이나 국제기구 등과 온도 차가 큰 편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다독이려는 의도에서인지, ‘경제는 심리’라는 차원에서 의지의 표현인지, 아니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심정으로 계획을 세운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내년 국내외 경제 상황은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코로나19 재확산, 글로벌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하나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다. 이들 변수가 기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튀면 정부의 예측이나 계획도 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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