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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LED칩 140만개" 차도까지 난리난 '인생샷 명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 보도가 미디어 파사드를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22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맞은편 보도가 미디어 파사드를 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삑! 올라가세요. 안 쪽으로 들어가세요.” “도로에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

경찰이 빨간 경관봉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순찰차가 끊임없이 순찰을 돈다. 왕복 8차로 앞 보도위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있는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크리스마스 사진 명소로 잘 알려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화점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한 미디어 파사드를 보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본점 외벽에 LED칩 140만 개를 설치해 지난달부터 3분 14초 길이의 ‘매지컬 홀리데이(Magical Holiday)’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외줄타기를 하는 서커스 단원,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코끼리 곡예 등 크리스마스 시즌 서커스를 담고 있다. 영상은 일몰 후부터 자정까지 반복 상영된다.

백화점 외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맞은편 ‘포토스팟’ 서울중앙우체국 앞 보도는 매일 밤 인산인해다. 본격 크리스마스 주간을 맞이한 지난 20일 저녁 서울중앙우체국 앞은 남녀노소 불문 수백 명의 시민들로 붐볐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박기준(20)씨는 “요즘 특색 있는 장소가 많이 없다 보니 SNS를 보고 연말 데이트 겸 방문했다”며 “실제로 보니 웅장하고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과 함께 온 김모(40)씨는 “요즘 아이와 함께 갈 행사가 많이 없었는데 마침 야외라 아이에게 불빛 장식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며 “앞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안쪽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샷을 위해 서슴없이 도로로 나서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다른 사람이 안 나오는 사진을 찍기 위해 경찰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도로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날 기자가 머문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시민 한 명이 도로로 내려가면 근처 시민들도 눈치를 살피며 내려갔다가 경찰관이 순찰을 돌면 올라가는 광경이 반복됐다. 현재 이곳에는 관할 지역 경찰과 인근 중국 대사관 경비를 위해 파견된 인력 중 일부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다.

오후 11시 이후 차량 이동이 줄어들자 도로에 나선 시민도 증가했다. 결국 백화점 앞에 상주하고 있던 경찰차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제발 올라가세요. 운전자분들한테 민원이 많이 들어옵니다. 여기 도로에요.” 경찰차는 전시가 종료되는 자정까지 자리를 지키다 소등 후 떠났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안전사고를 우려한 신세계백화점 측은 지난 23일 본점 앞 보도와 맞은편 보도 끝에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인파가 끊이지 않아 자정까지 순찰을 하고 있다”며 “전시가 예쁘고, 연말 분위기가 나니 보러 오시는 건 좋지만 이곳은 인도와 차도의 경계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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